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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너도나도 연료전지 진출…경제성·환경성 논란 속 '발등'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31 10:46

- 남부·서부발전, 지난주 인천 청라에 단일규모 세계 최대 단지 준공



- 여당 및 일부 전문가 "LNG 발전보다 환경성 낮아, 온실가스 배출에 발전단가도 비싸"



- 발전업계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압박 속 단기간 확대에는 연료전지가 유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들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해 앞다퉈 연료전지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연료전지 발전 비중을 최대 10.1%로 잡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의결했다. 안정성과 온실가스 배출, 경제성 등으로 여전히 지역주민반대와 여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공기업들은 탈(脫)석탄으로 인한 재무부담 악화 속에서 정부정책에 따라 단기간에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료전지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 발전업계 "단기간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탄소 중립’의 일환이다. 2019년 1월 연료전지를 핵심으로 하는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발전공기업들은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2034년)에 따라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총 39조305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실제 한국남부발전은 지난달 26일 단일규모 세계최대(80MW)인 신인천빛드림 수소연료전지를 종합 준공한데 이어 사흘 뒤인 29일엔 서부발전이 77MW규모의 서인천연료전지를 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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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강원모 인천시의회 부의장 등이 26일 인천 청라에서 열린 ‘신인천빛드림 수소연료전지 종합 준공식’에 참석,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혁수 연료전지발전사업협회 이사장, 이동휘 수소산업협회 부회장, 김성복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 윤훈수 인천시 환경국장, 청라3동주민자치회장, 송춘규 인천서구의회 의장, 강경성 실장, 이승우 사장, 강원모 부의장, 하찬호 삼천리ES 대표, 유수경 두산퓨얼셀 대표, 전영택 인천연료전지 사장, 윤진영 남부발전 사업본부장, 심재원 신인천빛드림본부장. 남부발전


연료전지발전은 발전효율이 높고 도심에도 설치 가능한 친환경적인 전원으로 지속적인 시장 규모의 확대가 전망된다. 태양광, 풍력 등 다른 분산형 전원 대비 설비의 크기가 작고 적층 설치가 가능해 소요 면적이 작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1메가와트(MW)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연료전지 180㎡인데 반해 태양광은 2만㎡, 풍력은 4만㎡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은 등 기상 상태에 따라 전기 생산에 제한이 따르지만 연료전지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년까지 집계된 국내 발전사업용 연료전지 누적 보급량은 464MW이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 확충되는 연료전지 발전 설비는 8GW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지원에 최근 수소발전 의무화제도(HPS)까지 추가되면서 전성기를 예고 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REC 새 가중치 개정안’에 따르면 연료전지는 1.9의 가중치가 적용됐다. 부생수소의 경우 발전원가 차이와 청정수소로의 전환을 고려해 추가가중치 0.1이 부여됐으며 효율향상과 온실가스 배출저감 유도를 위해 에너지효율 65% 달성 시 0.2를 추가로 부여하게 됐다. 분산형전원 활성화와 청정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주력했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실제 산업부는 앞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연료전지사업에 대해 준비기간 4년을 부여해 기간 내 준공을 독려하고 사업자가 연료전지 주기기공급사로부터 공급의향용량과 기간을 명시한 공급의향서를 제출하도록 최근 관련고시를 개정하는 등 연료전지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규모도 1017년 670MW에서 2030년 25.4GW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 "LNG보다 온실가스 배출 많아, 경제성도 떨어져" 지적도


연료전지 발전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경제성과 환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석탄 발전시설과 같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레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온실가스 배출은 물론 경제성도 떨어진다"며 "정부에 그린 수소 생산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사업은 전면 재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말한다.

양이 의원이 발전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LNG)를 개질해 만든 그레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h당 548g으로,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 389g/㎾h보다 1.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설비용량 3MW 이하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까지 포함해 모두 77개의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에서 2020년 배출된 온실가스는 모두 190만톤이었다. 현재 발전사업 허가가 나간 169개 연료전지 발전소가 모두 설치돼 가동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 확충되는 연료전지 발전 설비는 8GW에 달한다. 이 발전 설비를 모두 그레이 수소로 가동하면 국내 온실가스는 2500만 톤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연료전지 발전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오히려 후퇴되는 측면이 큰만큼 그린 수소 생산기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 사업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료전지를 늘린다는 시나리오를 볼 때) 한국이 타 국가보다 정책적으로 앞선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가격이 비싸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우려했다.

연료전지 발전의 비경제성도 확인됐다. 발전공기업 5사에 따르면, 2020년 연료전지 발전단가는 kWh당 200.2원이었다. 132.7원/kWh인 천연가스보다 67.5원, 1.5배 비쌌다. 지난해 연료전지 연간 발전량 3480기가와트시(GWh)를 모두 엘엔지 발전으로 돌렸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발전비용을 2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0년 기준 태양광 발전단가는 kWh당 112원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다보면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연료비가 들어가는 연료전지부터 세울 수 밖에 없다. 또 기본적으로 순간적인 출력 증가와 감소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이 된 탄소중립이 달성된 상황에서도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며 "발전용 연료전지 투자는 결국 좌초자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희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연료전지는 타 신재생에너지원 대비 발전단가가 높아 지속적인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연료전지의 대형화와 내구성 제고 등의 효율성 향상 관련 기술 개발, 원료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수소의 대량생산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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