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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T 인터넷 대란으로 본 '초연결의 함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28 12:21

정희순 산업부 기자

정희순
40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이 40분의 시간 동안 전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KT 인터넷 망이 먹통이 된 지난 월요일 얘기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든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과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모두 ‘올 스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이 사고가 점심시간 무렵 터진 탓에 카드 결제가 막힌 음식점의 피해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자는 점심 미팅 장소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구글 맵을 사용할 수 없으니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애를 먹었고, 카톡을 사용할 수 없으니 상대방에게 조금 늦는다는 이야기를 전할 길도 없어 막막했다. 모든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상에서 정작 통신이 끊기니,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딱 길을 잃어버린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월요일 오전의 상황만으로도 ‘혼돈’ 그 자체였지만, 좀 더 심각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서 통신이 두절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병원에서 원격 수술 도중 통신이 멈췄다면. 스마트팩토리 내 통신 두절로 관제 시스템이 마비됐다면. 쉬이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다.

다만 이번 사태를 보며 한 가지 걱정이 든다. KT가 진행해온 과감한 혁신이 모두 ‘올 스톱’ 될까 하는 우려다. 실제 이번 사태 직후 일부 누리꾼들은 KT를 향해 "본업이나 잘하라"는 조롱을 쏟아냈다. KT가 통신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네트워크 장애 사태와 엮어 비판한 것이다. KT는 당초 28일 개최하기로 했던 KT 스튜디오지니의 그룹 미디어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도 잠정 연기했다. KT 측은 "경영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으나, 통신사가 본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분명 관리를 소홀히 한 KT에게 있다. 그러나 너무 주눅 들지 않기를 바란다. 이른 바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는 많은 인프라와 기술, 데이터를 갖춘 KT에게 기회의 땅이다. 속도를 늦춘다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결코 잊지 말되, KT가 가진 기술력을 활용해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계속 전진하기를 바란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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