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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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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흑자시현…K-배터리 “글로벌 주도권 굳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04 10:59

LG 이어 삼성도 하반기 흑자 시현…SK도 내년 손익분기 돌파 전망



SK 배터리 전문 회사 ‘SK온’ 출범…LG 상장 잰걸음·삼성 미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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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공장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익 턴어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미 올해 분기 단위 흑자를 달성했고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하반기 중 흑자 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 법인을 출범하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하는 등 지금까지 쌓아 올린 수주량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출범한 ‘SK온’은 내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3년부터 확실한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3사 중 흑자전환 시점은 가장 늦지만 공세적인 투자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분기 흑자전환은 하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배터리 업계는 향후 발생할 과실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 몰두해왔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대비한 결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에서 2025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5%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률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밑 빠진 독’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흑자 구간으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국내 선두인 LG엔솔은 올 2분기 영업이익 81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3410억원에 이어 흑자를 이어갔다. 연간 영업이익도 무리 없이 흑자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장승세 LG엔솔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연간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조 단위 영업이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올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9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4%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4.8%포인트 개선된 8.9%에 육박한다. 업계는 적자를 쌓아온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사업부가 영업이익 168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536% 늘어난 실적을 냈다. 연간 흑자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중대형 내 자동차 전기 사업은 올해 연간 기준 흑자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독립법인 출범을 통해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흑자전환 시점에 발맞춰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SK이노는 배터리 전문 자회사 SK온을 출범하고 대표이사로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를 선임했다. 독자 경영 체제를 통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현재 전세계 생산거점에서 연간 40기가와트시(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 능력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2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다.

업계는 SK이노 배터리 수주잔고가 1300기가와트시(GWh)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조원으로 추산되는 양이다. 이는 업계 선두로 거론되는 LG엔솔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LG엔솔은 지난 7월 당시 기준 수주 잔고가 180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과 점유율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최소 3조원, 오는 2025년에는 최대 20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전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140.9% 증가한 8.8GWh로 점유율 5.4%를 기록했다. 글로벌 순위로는 첫 5위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23년까지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준 SK이노 총괄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우수 인재 발굴 및 미국 대학·연구기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행사 ‘글로벌 포럼’에서 "SK이노가 ‘탄소에서 그린(Carbon to Green)’으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등 신성장 사업 분야의 기술 역량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는 2023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내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기술 역량 내재화와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외부와 협업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 ‘탄소에서 그린’ 전략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는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 올해 행사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글로벌 포럼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LG엔솔은 최근 리콜 악재를 만나며 상장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당초 공언한 연내 상장이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리콜 사태가 불거진 배터리 화재 등 불확실성을 깔끔히 정리한 뒤 상장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는 지난 8월 20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추가 리콜 계획을 발표했는데 LG와 분담 비율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배터리 사업이 ‘본업’인 삼성SDI는 전문회사 출범 대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향후 3년간 해외 투자에 60조원을 집행하겠다"고 공언하며 미국 공장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사업으로 불리던 배터리 분야가 돈을 벌어다 주기 시작하면서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입한 금액이 막대하다 보니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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