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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新금융권, 가상자산시장...시장은 ‘죽창 앞의 평등’ 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3 11:23

금융증권부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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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시장이 유례없는 초호황을 맞이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중 시장점유율 1위에 자리한 ‘업비트’는 상반기에만 ‘최소’ 1조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말 총자산 규모가 1조1040억원에 불과했던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반기 만에 자산규모가 두 배가 됐다.

반면 ‘전통적 금융권’은 할 말을 잃게 됐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의 ‘금융권 내 편입’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왔지만, 결국 시장은 가상자산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금융의 본질은 ‘자금의 조달’이다. 아무리 전통적인 의미의 ‘화폐 3대 기능’을 강조하며 가상자산을 부정하려 해도, 그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한 결국은 다양한 형태의 자산 중 하나라는 얘기다.

흔히 가상자산의 문제로 지적되는 ‘급격한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은 엄밀히 말해 가상자산만의 특징은 아니다. 금·부동산·채권·주식 등 여러 자산은 모두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자산이 될 수 있으며, 가상자산은 단지 그 끝단에 위치할 뿐이다.

실제 가상자산이 전통적 금융자산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정보의 무용함’에 가깝다. 이는 전통적 금융권이 가상자산에 대해 보이는 거부감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정보의 무용함’은 가치의 등락을 판단할 근거가 거의 없어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정보의 우위를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통용되기 어렵다. 그야말로 ‘죽창 앞에 평등한’ 너한방 나한방의 투전판에 가깝다.

그간 기관계 투자자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증시)에서 힘겹게 경쟁해오던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신세계가 열린 셈이다. 비록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몇몇 인물의 영향력이 컸을지라도, 그 역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움직였을 뿐이다. 결국 가상자산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같은 복잡한 요소가 아닌 ‘단순한 투자심리’가 가장 큰 가치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전통적인 금융권은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투기적 수요’(실생활 목적의 ‘거래수요’ 및 ‘저축수요’ 외에 증권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유휴잔고)는 한정돼 있는데, 가상자산시장이 일정 지분을 뺏어가는 ‘제로섬 게임’을 걸어오고 있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가 초호황을 맞이했던 올해 2분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감소로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결국 가상자산시장의 호황은 ‘시장선택’의 결과다. 금융권이 언제까지고 가상자산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상자산업계의 ‘新금융권’ 편입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차라리 ‘죽창 앞의 평등’이 선택된 시대적 함의와 투자자들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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