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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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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글로벌 강소기업' 기준 다시 살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06 10:31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학장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학장

히든 챔피온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헤르만 지몬박사는 지난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탈세계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세계경제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은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몇몇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노키아의 몰락으로 국가경제가 크게 흔들린 핀란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하나에 집중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 직전에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들과 일본의 강소기업들을 탐사하고는 외진 곳에 위치한 소규모의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조사한 업체 중 하나인 토와덴키세사쿠쇼는 1963년에 설립된 종업원 78명, 매출액 31억 엔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으로 컴퓨터 제어 전자동 오징어잡이 기계를 제조하는 업체이다. 1980년경 해외시장에 진출한 후 시장점유율 70%로 25년 만에 세계시장 1위가 되었다.

이 업체만이 아니다. 매출액 49억 엔, 종업원 수 153명의 야나기야는 게의 집게발에 있는 손톱, 팔 부분 살까지도 진짜와 같은 맛을 재현해내는 게맛살 제조장치를 판매함으로써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2005년에 설립된 YS테크는 24명의 종업원이 최고 섭씨 1200도까지 사용가능 한 내열 바코드라벨을 생산해서 10억 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이다.

이러한 초격차 글로벌 중소기업은 직원 및 매출규모가 아니라 독보적인 기술로 틈새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초격차 글로벌 중소기업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는 아마이케고오센이 아닌가 한다. 아마이케고오센의 핵심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의류직물이다. 핵심제품의 브랜드인 ‘선녀’는 두께가 40분의 1밀리인 거미실 같은 초극세사로 짠 세계에서 가장 얇은 메쉬 원단이다. 직원은 45명에 총매출액은 2억4000만 엔에 불과하나, 극세사 소재분야에서는 세계시장에서 10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업부에서 수출장려기업으로 지원하는 월드클래스기업의 선정 기준은 매출액이 7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인 기업으로, 이 기준으로는 매출액 24억 원의 아마이케고오센이나 100억 원의 YS테크는 포함되지 못한다. 중기부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은 매출액 100억 원∼1000억 원 및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인 중소기업으로 이 기준에 따르면 아마이케고오센은 선정되지 못할 것이다. 초격차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속 가능한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초격차 글로벌 강소기업은 자신이 속한 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시장 내 고객을 만족시킬 주력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공략한다. 이들 강소기업들은 핵심가치의 체계화를 통해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해 나간다. 여기서 핵심가치란 다른 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가치로서 고객이 우리 회사와만 거래할 수밖에 없는 가치를 말한다.

한국형 초격차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매출 규모나 수출비중이 아닌,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독특하고 핵심가치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신제품을 개발할 때 그것이 잠재고객들에게 제공해 줄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하여 지원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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