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전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중장기 재무계획이 지난 2분기 적자전환하면서 계획기간의 반환점도 지나지 않아 벌써 빗나갈 위기에 빠졌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주도, 내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개교 등 잇단 정책사업 강화로 갈수록 한전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한전 수익 기반 확충을 위한 방안이 마땅찮아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4분기 전기요금 조정 때 연료비 상승에도 요금 인상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연료비 상승에도 한전은 단 한 번도 전기료 인상 결단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아가 한전의 누적된 비용상승이 급기야 중장기 계획에서 예상치 못한 2분기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
이에 한전과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은 막막한 처지이고 투자가는 난감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와 대선 등 정치일정으로 민감한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하기 쉽지 않고 전기 소비자로선 전기요금의 잇단 동결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민간도 투자한 한전이 수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기요금조차 자율적으로 하지 못해서야 어찌 경영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공기업의 정책기능만 강조하려면 뭐하러 공기업 경영을 평가하느냐"며 "이렇게 꼼수 부리지 말고 차라리 공기업을 없앤 뒤 정정당당하게 재정으로 정책사업을 하라"고 주장했다.
17일 경영공시된 한국전력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까지는 흑자를 예상했지만 이미 올해 상반기에 적자전환했다. 중기계획이 5년 계획기간 중 아직 반환점에도 오지 않은 2년차에 벌써 비상 상황을 맞이 한 것이다. 올 한 해 경영실적에 하반기 실적이 반영돼야 하지만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령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인상률 상한이 있어서 지난 2분기와 3분기 요금 동결에 따른 손실분 보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한전측은 보고 있다. 올해 7∼8월 폭염에 따른 전기 판매 수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한전은 이마저도 큰 기대를 걸지 않은 분위기다.
한전은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2020~2021년에는 연료비 하락으로 흑자 전환 및 이익 증가, 2022년 이후에는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용, 환경비용 등 증가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2020년 한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원전 가동률 증가로 전력구매비용이 낮아져 2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부터 연료비가 오를 것이란 한전의 예상과는 달리 올해부터 국제유가가 급격히 올라 2분기 7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손실액이 193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부터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요인 있음에도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인상을 유보하고 있다. 3분기에는 전력판매 증가라는 호재가 있지만 유가 등 연료비 상승분 반영으로 예상보다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또 ‘재무전망 전제’에 ‘2020∼2024년 전기요금 동결’이라고 명시했다. 동시에 2022년 1343억원의 흑자를, 2023년과 2024년은 1조 4589억원, 2조 5853억원의 적자를 자체 예상했다. 해당 계획은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확정한 2020년 12월보다 앞서 작성됐다.
한전 측은 "2024년까지 전기요금이 동결될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라며 "다음달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는데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 |
▲한전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
앞으로도 연료비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국제유가가 2020년 배럴당 37달러에서 2024년 61달러로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이미 지난 7월 70원대를 넘어섰으며 이날 17일 기준으로도 68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마다 RPS 비용도 늘어난다. 산업통산자원부가 공고한 정부가 공고한 ‘2021년도 공급의무자별 의무공급량’에 따르면 올해 RPS 물량은 3892만6912MWh로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이는 자연스레 한전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진다.
공급의무자는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를 포함한 23곳인데 한국전력이 RPS 의무자가 매입해야 하는 의무공급량 비용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발전공기업이 매입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물량은 4710만1564REC로 전년보다 32.4% 늘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올해 RPS 이행부담금으로 2조6000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한전의 지난 RPS 이행금을 살펴보면 △2017년 1조645억원 △2018년 1조3493억원 △2019년 1조6035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결국 한전의 중장기 실적은 연료비연동제가 좌우할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기존 연료보다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늘어나는 한전의 비용 부담이 전기료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연료비연동제가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면 인상요인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르고 한전의 재무구조도 개선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