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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경고] "기후변화 대응 속도·방향, 폭넓은 공감대 속 우리 형편에 맞게 추진돼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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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경고로 각 국의 기후변화 대응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에 대한 국제 교역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대응 수준도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표준에 맞추기 위해 최근 서두르고 있는 기업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단순한 기업이미지 제고 차원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둔 ESG 경영과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RE100 캠페인 참여를 실속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진영의 구호나 이념으로 추진돼선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동된 지적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독차지할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추진이 꼽혔다.

한 기후환경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갑자기 2050 탄소중립 선언은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며 "그린뉴딜을 추진한 게 불과 1년 밖에 안됐는데 이제 탄소중립만 있고 그린뉴딜은 온데간데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식의 임기응변으로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은 대체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의 속도 및 방향 등에 대해선 충분한 공감대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탄소중립은 정부 또는 특정 정파 혼자서 끌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와 정당, 경제계, 일반국민 등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추진해도 이루기 벅찬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구조 여건과 에너지 조달 현황 등을 살펴 피해 산업에 대해서는 설득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정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나라들이 지고 간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갈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각국 여건과 형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의 방식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위는 아직 법적인 기반도 갖추지 못했고 민간위원 구성조차 환경단체 등 특정 진영 인사 일색으로 구성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시나리오조차도 산업계 등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마련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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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정책+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 정책 강화 시사

IPCC는 9일 ‘6차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6, 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간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특정 수준으로 억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최소한의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IPCC는 지속적인 메탄 배출을 감축해 에어로졸 오염 감소로 인한 온난화 효과를 억제하고 대기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6차 보고서에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온난화가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0GtCO2일 때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0.27~0.63℃(최적 추정치 0.45℃) 상승했다.

IPCC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와 지구 평균 온도의 관계는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게 전 지구 온도 상승을 안정화하기 위한 요건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시기가 앞당겨질 우려가 나옴에 따라 탄소중립 정책이나 온실가스 감축 대책 등 국가 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의 근간이 된 파리기후협정은 지난 2013년 IPCC가 발간한 5차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세워졌으며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이행하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당초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2030년 NDC’를 올해 안에 추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현재 24.4%에서 더 올리겠다는 뜻이다.

박성찬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IPCC 보고서 자체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권고나 의무는 아니다. 향후 정책에 필요한 과학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 로드맵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해서는 향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국가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당장 탄소중립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의 여부를 말하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탄소중립에 산업계·에너지업계 몸살 우려


앞으로 탄소중립 등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대책이 강화될 경우 산업계와 에너지업계 등의 몸살이 우려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고자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이 높은 산업을 지양하는 등 산업계 큰 틀이 뒤바뀌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계획이나 대안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IPCC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강화된 탄소중립 대책이 나온다면 업계 내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5일 탄소중립위원회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최소 96.3%에서 최대 100%로 감축하는 3가지 안이 담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을 때에도 ‘탁상 공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최대 70.8% 목표로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석탄발전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송·산업·건물·농축산·폐기물 분야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고 전기·수소차를 97% 이상 보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발전 효율이 가장 낮고 비용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2050년까지 최대 10배로 늘리면 그 비용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뚜렷한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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