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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좌장) 등이 20일 서울 양재동 민간발전협회에서 열린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홍종 단국대 교수, 박주헌 교수, 박진표 태평양법무법인 변호사,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 오세영 기자 |
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민간발전협회에서 개최한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금융적·환경적·전력수급의 측면에서 살펴볼 때 신규 석탄화력의 발전량과 가동률을 임의로 제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순차 준공 또는 준공예정인 신규 석탄 발전소 7기는 △강원 삼척 △강릉 안인 △경남 고성 △충남 서천 등 전국 네 곳에 들어선다. 지난 2011년 순환정전을 겪은 직후에 예비율이 3.8%에 불과할 정도로 악화된 전력수급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긴급 방안이다. 공공·민간 합작의 투자자 소유설비(investor-owned utility)이며 약 7년 전부터 건설을 시작해 현재는 가동 준비를 완료했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4년까지 발전자회사 소유 석탄화력 30기를 퇴출하고 이들이 생산하던 전력을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 전원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여기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완료된 7개의 신규 석탄화력 발전에 대해서도 석탄화력총량제나 에너지전환지원법 입법 추진 등으로 석탄발전 제한 또는 탈석탄 압박을 본격화 하고 있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탄소중립 선언으로 석탄발전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신규 석탄발전 건설을 백지화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전력산업연구회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경우 유례 없는 국가 대상의 배상소송이 발생할 것이며 신전력의 안정적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손양훈 교수(‘정책 변화로 사지로 몰리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 윤원철 연구회 연구위원(‘신규 석탄발전의 기술적·횐경적 변화’), 조홍종 단국대 교수(‘전력수급계획상의 신규 석탄발전, 그리고 탄소중립’)가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서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조성봉 숭실대 교수와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손양훈 교수 "신규 석탄발전소 좌초시 약 18조원 국가 상대 배상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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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인천대 교수. 오세영 기자 |
손 교수는 "자금조달 구조를 살펴보면 금융부실 규모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발전소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자기자본 20%, 타인자본 80% 정도로 구성된다"며 "이 가운데 자기자본은 공기업, 민간기업과 재무적 출자자(FI)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출자금 형태로 조성되고 나머지 타인자본은 금융기관 부채의 형태로 조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석탄발전 건설에 필요한 투자비는 대개 5조원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금액을 가정해도 자기자본과 금융부채가 각각 약 1조원,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출자금액 한도 내에서 재무적 책임을 지는 자기자본도 문제가 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발전소 당 4조원이 넘는 금융기관 부채에 대한 심각한 쟁송의 문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석탄발전소는 거의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쟁송이 전체 신규 석탄발전소로 번질 경우 유례 없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배상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대주단들은 정부 정책 변화로 대여된 자금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부실자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중단이나 일시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사태가 추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SPC로서는 계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했지만 정부 정책이 변화한 것이기에 이러한 상황은 불가항력적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운영이 중단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소송전으로 확대되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관련된 주체들인 의 소송형태와 결과는 당사자들 간의 계약사항에 대한 법적 판단에 따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설비운영이 중지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SPC와 SI, FI, 대주단, 시공사, 정부끼리 시공미수금과 미지급 임금문제 등으로 새로운 문제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 가운데 외국의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간 소송(ISD)의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궁극적으로 소송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당초 전력수급 계획으로 신규 석탄발전을 도입했지만 정책을 변경해 발전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헌법에 보장된 합리적 보상을 해주지 않는 다면 사유재산을 침해할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손 교수는 "제도의 변경이 확정돼 소송이 전개되면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정부가 합리적인 수준의 결정을 했는지, 피해최소화의 원칙을 준수했는지, 절차적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한 끝없이 이어지는 분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 "신규 석탄발전의 기술적·환경적 차별성 제대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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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 오세영 기자 |
그는 "신규 석탄발전소들은 이미 대기환경보전법 기준 20~40% 강화된 배출기준을 적용해 노후 석탄발전 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66~85% 감축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임계압이나 초임계압을 적용한 기존 석탄발전소와 달리 최근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는 초초임계압을 적용해 발전효율이 높아져 연료소비가 줄고 탄소 배출량도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초임계압을 적용한 신규 석탄발전으로 1GW를 가동할 경우 온실가스는 노후 석탄 대비 연간 약 87만t 감축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부연했다.
석탄발전의 경우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이를 생성하는 전구물질인 질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환경부와 서울시의 연구 결과 주의보가 발령된 고농도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발생 비율은 1% 정도로 유추된다. 또 질산화물이나 황산화물 배출량 역시 제조와 수송 분야가 90%를 차지한다.
윤 연구위원은 "환경영향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동해안에 위치한 석탄발전소의 경우 편서풍이 우세해 미세먼지 영향이 타 지역에 비해 덜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석탄발전업계는 향후 탄소 포집 및 저장(CCS)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교수 "신규 석탄발전소 활용해 안정적 전력 공급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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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교수. 오세영 기자 |
그러면서 "신규로 건설돼 기술적으로 효율이 높은 석탄발전소를 가동함으로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부로부터 발전업 인가를 받은 이후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이르기까지 신규 석탄발전소는 정상적인 발전원으로 포함돼 있다"며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전력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의 핵심인 전기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오는 2050년 총발전량이 현재의 최소한 2.3배 수준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총발전량 기준 60.9%인 752.3TWh 수준까지 증설해야 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지리적 여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망 교란문제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어렵고 환경을 역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규 LNG발전소 건설 계획은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로 인하여 이미 대구지역에서 건설이 전면 백지화되는 등 적기에 완공하는 것이 불가능해 전력공급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바라봤다.
이어 조교수는 이미 건설이 완료됐거나 건설이 완료돼 가는 신규 석탄발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설비 용량 기준 62.3%까지 늘리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탄소중립안에 대해서도 "비용 증가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을 500GW까지 늘리는 비용 △재생에너지원의 간헐성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ESS(에너지저장장치) 1000GWh 용량 증설에 해당하는 비용 △계통보강비용 △폐기물처리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모두 부과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이 점을 국민들이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중립에 대해 국민들에게 구체적 비용에 대한 정보도 알리지 않고 의견도 묻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탄소중립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수용성 측면에서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탄발전소 퇴출 근거 명확해야…좌초비용 정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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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오세영 기자 |
그는 "좌초자산이란 강요된 손실이다. 좌초한 원인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공익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이고 갑작스럽게 초래한 결과라면 사회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좌초 대상이란 단순히 유형자산 뿐 아니라 업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의 일자리와 기술 등 무형자산도 포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좌초에 따르는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고 불가피하다면 사회 전체가 피해를 감당하고 책임을 지는 공정한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어떤 발전원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가 정상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느냐를 살펴야 한다. 좌초비용에 대해서도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은 성장과 환경, 경제와 환경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한 쪽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균형을 가지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 해야 한다. 모든 분야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표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는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정책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특정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키면서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도록 하면서 합리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자의적인 차별로 인정돼 헌법 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문제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을 일반적인 환경오염행위와 동질적으로 취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신규 석화 퇴출에 적용하는 건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의 기본 개념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명분으로 신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자는 입법은 특정 재산을 공공필요에 의해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