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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갈팡질팡 마이데이터 정책에 '부글부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11 09:19

마이데이터 API의무 연기 "인력·정보추가 등 문제"



은행권 "준비 완료" VS 핀테크 "정보주는 은행들도 책임"



"한달 앞두고 연기라니"…대환대출 플랫폼 등 갈등 지속

빅데이터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기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행 계획이 틀어지자 은행권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8월 마이데이터 시행일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유예 과정에서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의 입장 차가 또다시 드러나면서 업권 간 갈등도 지속하고 있다. 출범 한 달을 앞두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연기한 금융당국에 대한 볼멘소리도 커진다.


◇ 은행권 "유예 아쉬워" VS 핀테크 "은행도 책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8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던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범이 연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일 개최한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API 의무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API 적용 기간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당초 8월 4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스크래핑 방식을 중단하고 의무적으로 API 시스템을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정보기술(IT) 개발 수요 급증에 따른 개발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했고 추가 정보개발 등이 필요해 API 의무화 기간을 유예하기로 검토하도록 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 정보개발이 필요한 내용들이 있어 그것까지 감안하면 전 업권이 추가 API 개발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간이 어느 정도 더 필요할 지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일부 핀테크 기업과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API 적용이 어렵게 되자 일괄유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8월 마이데이터 출범을 목표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인데, 핀테크 기업 중심으로 유예를 요청한 상황에서 미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이유가 없는 만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일괄유예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 인력, 동원 자금 역량 등에서 시중은행들이 잘 준비할 수 있었던 여건인 것은 사실"이라며 "핀테크 기업들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API 도입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유예를 요청한 것 같다. 8월만 목표로 달려오던 은행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핀테크 기업에서는 은행들도 이번 유예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보를 주는 은행권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스크래핑 방식 대신 API를 이용해 마이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핀테크 기업들에게도 마이데이터는 중대한 사업"이라며 "일부 핀테크 업체에서 준비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은행들이 정보 규격을 맞추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적요 정보 두고는 ‘역차별’ 우려…금융당국에 토로도


실제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는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팽팽한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7일 은행이 이용하는 수취·송금인 성명·메모 등이 기록된 적요 정보를 소비자 본인의 동의 하에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적요 정보의 경우 핀테크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완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축적해 온 방대한 양의 금융정보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는 셈인데, 은행들은 이에 비견할 만한 비금융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유예를 결정한 금융당국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도입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8월 출범에 맞춰 전사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연기 결정이 된 것은 아쉽게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금융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여부를 두고 핀테크 기업과 은행권이 대립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도 업권과 금융당국 갈등에 불을 지핀다. 금융당국이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은 핀테크 기업이 구축한 것을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자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수수료 책정과 핀테크 기업에 종속된다는 우려 속에서 은행들은 자체적인 플랫폼 구축을 요구하고 있고, 결국에는 금융당국은 은행권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금융권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이 반쪽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 금융당국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것은 금융당국이 ‘혁신’을 이유로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빨라질수록 기존 금융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금융당국이 공평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당국에 대한 토로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은 그동안 강력한 규제를 받았지만, 이와 달리 빅테크·핀테크 기업엔 금융당국이 너그럽게 대하고 있는 것 같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권과 오랜 기간 소통하고 업계 의견을 잘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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