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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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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경쟁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9 10:11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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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큰 둑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품질관리 측면에서 새겨둘 만하다.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6개월여에 걸친 조사 끝에, 챌린저호 로켓 추진장치의 한 부품인 오(O)-링 작동 불량이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O-링은 화씨 65도(섭씨 18도)이하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었다. 발사 당일 아침 온도가 화씨 40도(섭씨 4도)를 밑돌았지만,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품질관리의 핵심은 시스템과 사람이다.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 대형 시설은 부품 하나하나의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부품의 작은 결함이 시설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O-링의 결함을 지적하고 시정하는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챌린저호 폭발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이 있어도 제대로 이행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원전 안전도 품질관리부터 시작된다. 원전은 2백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이 모든 부품이 엄격한 품질 기준에 맞춰 설계·제작돼야 한다. 원전 운영도 절차를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사업자에게 각자 영업활동의 품질보증을 위한 시스템을 수립하고, 모든 원자력 종사자는 이 시스템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원전의 품질은 세계 최고다. 세계 최고 기술과 부품 공급망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 노형인 APR-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었다. 2017년 11월 유럽사업자협회와 2019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APR-1400 표준설계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세계 최고의 원전 부품 공급망도 자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최고 품질의 원전을 다른 나라보다 값싸게 건설할 수 있었다. 2018년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단가는 ㎾당 3717 달러로서, 중국(4364), 러시아(5271), 프랑스(7809), 미국(1만1638)보다 훨씬 낮다.

원자력 인력이 줄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작성한 ‘2019년도 원자력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인력이 줄었다. 2017년 3만7261명에서 2019년 3만5469명으로, 1792명 줄었다. 원전 기자재나 부품을 제작하는 원자력 공급업체 인력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탈원전 정책으로 매출이 떨어지자, 공급업체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원자력 산업의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원자력전공대학 재학생도 줄었다. 2017년 2777명에서 2020년 3월 기준 2190명으로 587명 감소했다.

원자력 인력 감소는 원전 품질을 위협한다. 국내 원전 부품 공급망을 구성하는 원자력 공급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 또는 취소되면서, 이들 업체의 일감이 사라졌다. 일감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이 원전 사업을 접으면서 숙련된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난 것이다. 원자력전공대학 재학생 감소는 최고의 원전 기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인적 자원이 줄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 원전의 품질을 뒷받침하던 원전 부품 공급망과 인적 토대가 망가져 가고 있다.

원전 품질을 위협하는 탈원전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원전 품질은 수출경쟁력을 좌우한다. 원전 품질 유지를 위한 원전 부품 공급망과 인적 토대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두면, 국내 원전도 교체 부품과 기술서비스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안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탈원전 정책 철회의 출발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다. 원전 건설 현장을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원전 세일즈 수단은 없다. 우리나라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미국, 프랑스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문승욱 장관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때 체코에 수출할 원전과 같은 APR-1400이 국내 곳곳에서 건설되는 현장을 보여줘야 한다. 안전 우려 때문에 건설을 중단시킨 원전을 그대로 뒤선 우리 원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어렵다.

체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탈원전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철회 절차는 단순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허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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