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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
올해는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새롭게 편입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동일인을 ‘자연인 김범석’으로 할지 ‘법인 쿠팡’으로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석 대표가 그룹을 지배하고는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공정위가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동시에 지정하면서이다. 당시 이해진 창업자의 네이버에 대한 지분율은 5% 정도에 불과해 실제 네이버를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논란을 계기로 동일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형태와 경제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동일인 제도의 일부 보완만으로는 기업집단지정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기업집단지정제도는 1986년 일부 대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도입되었다. 35년전에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기준을 변경한 것 이외에는 제도의 틀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크게 변화했는데 국내총생산(GDP)만 해도 1986년 103조원에서 2020년 1925조원으로 18배 이상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과거 폐쇄경제에서 개방경제로 변모해 시장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에는 91.5%로 상승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는 1980년에는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지금은 57개 국가에 달한다. 이렇게 시장이 개방되어 있다 보니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국내시장 진출이 가능해 일부 대기업에 의한 시장독점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지정제도 도입의 근거가 되었던 30대 그룹 매출이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2년 40.7%에서 2019년 30.4%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 매출의 많은 부분이 수출, 해외 현지생산 등에서 발생해 국내시장에는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은 통계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다. 예를 들어 매출 상위 10대 기업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3.8%에 이르고 특히 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은 수출이 매출의 90%에 달한다.
기업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국내시장만을 고려한 대기업집단지정제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단순히 기업의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이 시장경쟁의 룰을 어기는 행위를 규제할 뿐이다.
경제적인 변화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했을 때, 대기업집단지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동일인의 친족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축소해 당장에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덜어 주어야 한다. 과도하게 넓은 특수관계인의 범위로 인해 모 기업집단에서는 100여 명이 넘는 친인척에게 매년 전화를 걸어 자료를 구걸해야 한다.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친인척들도 일면식도 없는 먼 친척 때문에 자신의 개인정보와 보유한 회사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래관계, 지분관계 등 경제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회사가 친족이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동일인이 보유한 회사와 지분관계나 수직계열화 정도의 거래가 있는 회사 즉, ‘경제적 관련이 밀접한 회사’만 동일 기업집단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기업집단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폐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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