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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방류 결정 발표로부터 대략 한 달 뒤, 우리 정부가 IAEA를 통한 검증 과정과 별도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추가 정보 제공을 위한 양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뒤 일본과의 양자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이전에도 핵종, 농도, 방류 기간 및 방류 총량 등 방류와 관련한 핵심 정보를 일본에 요구해왔던 만큼, 협의체를 구성하게 되면 이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협의체의 역할이 일본측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정보를 수용하고, 결국 방류를 추인하는 기제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편 일본은 원전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도, 특히 중수로를 운영 중인 한국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한국 역시 방사성 물질과 관련해서는 완전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내세워 한국의 입지를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으로서는 국제적인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로 대응해야만 한다. 그것은 후쿠시마 사례가 더 이상 원자력 에너지의 역사에 악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원전밀집도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지역이다. 사고가 있었던 일본만 하더라도 3월 현재 총 9기가 재가동을 달성한 상황에서, 수십 기의 원자로들이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는 50기가 가동 중인 가운데, 19기가 건설 중이며 37기가 건설 계획 중에 있다. 한국에도 총 24기, 대만에는 4기가 가동 중이니, 한 세대 안에 이 지역에서는 원자로가 100기 이상 가동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일본이 해양 방류를 실시하게 되면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원전을 갖고자 하는 다른 지역의 후발주자들에게도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 된다. 이 지역에서 다시는 후쿠시마 사고 같은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만약의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 뒤 해당 국가가 "우리도 후쿠시마처럼 해 버리면 되는구나"라며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책임 있는 원전 운영국가로서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후속세대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협의체를 운영하려 한다는 뜻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안이 결코 한일 간의 역사적 갈등과 관련된 것이 아님을 대내외적으로 확실히 해야 한다. 한일관계의 여러 난맥상들로 인해 양국 간의 갈등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이 일본과의 갈등으로 인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과민 반응하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국제적으로 퍼지게 되면, 이는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환경 정의나 생태 안보 같은 범지구적인 차원에서의 가치에도 크게 거스르는 것이 된다.
국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글로벌 아젠다로 접근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