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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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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2주년 기획] "매물 없어요"…운명의 6월 '매물잠김' 심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25 14:40

다음달 1일 종부세 등 결정 및 양도세 중과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는다면 안고 가겠다"… ‘매물잠김’ 현상



재건축 기대감에 압구정·목동·성수 등 매물 거의 없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 매월 감소세… 매물 부족, 실수요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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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매물정보란에는 매물정보보다 종부세·양도세 상담 정보가 더 많이 붙어 있다. 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매매 거래는 없어요."

지난 25일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매물정보에는 매매 건수가 거의 없고 전세와 월세 매물만 가득했다. 매물정보 대신 아파트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상담 정보를 자세하게 써서 붙인 업체도 보였다. 목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일대 5~6곳의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손님이 없었고 ‘아파트 세금폭탄! 집 한 채가 무슨 죄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단지 곳곳에 내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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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에 각종 부동산세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기령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지역 규제 강화를 위해 지난달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면서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올해 1월 5776건, 2월 3863건, 3월 3762건, 4월 2906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7일 기준 5월 매매 건수는 401건이 집계돼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지역은 압구정동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1~14차 매매거래매물은 지난달 단 2건에 그치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직접 만난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물이 없고 문의도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건의 매물은 지난달 21일 34억원에 거래된 현대14차 전용면적 84㎡와 지난달 13일 신고가 53억 7000만원에 거래된 현대1차 전용면적 161.19㎡다.

이 아파트에 30년째 거주하고 있는 중년 여성 A씨는 "1년 전부터 집값이 오르더니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1억원 가까이 올랐다"면서 "30년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떠올리면 현재는 부동산 거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안해했다.

오 시장이 재건축 활성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목동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호가가 계속 오르는 분위기다. 비싼 호가 탓에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목동11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 시장 취임 후 이전보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실수요자가 있어도 매도자가 가격을 비싸게 불러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고 가겠다는 ‘매물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11단지 등 소형 면적 단지를 제외하고는 호가가 15억원을 넘었다.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단지도 곧 1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목동11단지 전용면적 66.24㎡는 신고가인 14억 9500만원에 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물이 줄어든 것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10년간 재건축에 공들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에 매물을 팔려고 내놨다가도 회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매물잠김 현상을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과열지역에 지정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수요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실수요자도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매물은 부족하고 수요는 넘치는 초과수요국면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매물잠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양도세가 중과됨에 따라 오히려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거래를 살펴보면 증여 형태가 많은데 양도세를 완화해야 증여 안하고 매물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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