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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정책, 소형모듈서도 '이중성'…"개발은 하되 국내엔 안 짓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6 11:30

이덕환 서강대 명에교수 "국제사회 외면받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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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첨단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과 추진을 위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서연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언급한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과 관련 정부는 그 개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건설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미래 원전 수출시장 경쟁우위 확보와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SMR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건설에 대해선 ‘안정성’ 문제를 들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SMR 정책에서도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50년 탄소중립과 해외 원전시장 진출 확대 등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아 차세대 스마트 원전으로 꼽히는 SMR마저 ‘탈원전’ 정책에 사로잡혀 국내엔 건설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SMR 입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개발은 하되 자국의 안전을 우려해 국내엔 짓지 않고 해외엔 수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SMR에 대해 "미래 원전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원전산업의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혁신형 SMR개발이 필요하다"며 "혁신형 SMR 1기를 수출할 경우 약 3조원의 매출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전환 정책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혁신형 SMR 사업은 미래 원전시장 대응 및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미래 연구개발 투자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 상황과 대형 원전의 한계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정책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내에는 건설하지 않으면서 해외로 SMR을 수출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자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두산중공업의 SMR개발에 대해서도 "말이 좋아 개발이지 미국업체에서 하청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잘 진행되고 있던 사우비아라비아와의 SMART 개발을 중단하고 i-SMR에 다시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발전용량 300MW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면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기존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크기로, 건설비용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획득한 SMR(SMART)를 이을 차세대 SMR인 ‘i-SMR’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지난해 말 밝혔다. 향후 8년간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올해 상반기 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고 세부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수출 가능한 SMR 모델을 만들고 있다. SMR은 수소 생산과 해수 담수화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SMR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값싼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가 초대형 인프라 건설 및 투자 계획에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전력원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 에너지 업계에 탄소 포집, 수소, 원자력, 해상풍력발전 등의 분야에 대한 약 15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세계 SMR시장 규모는 126조원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형 경수로 기술은 세계적 수준인 반면, SMR분야에서는 출발이 늦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그간 축적된 원자력 기술 개발역량 결집해 초기 SMR시장 창출, 기술 우위 확보 시장 다변화를 위한 한국형 SMR 개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쯤에 개발이 완료된다면 세계시장에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영길 대표는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SMR이나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는 원전 폐기 시장 같은 분야에서 한·미 간 전략적으로 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송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말 당청관계의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원전론자로 꼽히는 송 대표가 당권 장악 후 에너지정책 관련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송 대표는 앞서 2019년 "원전 1기의 경제적 효과는 중형차 25만 대나 스마트폰 500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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