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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열린 1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예년 같으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을 행사장엔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탓이라고는 해도 2034년까지 원전을 26기에서 17기로 줄이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 속에 36회를 맞은 원자력연차대회는 착잡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탄소제로 에너지-원자력’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행사이지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원전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수출을 주도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장관은 물론 차관도 행사에 오지 않았다.
2019년 제34회 원자력연차대회에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이 기조연설을 한 게 산업부 고위 인사가 참석한 마지막 사례다. 장관이 공석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부에서 용홍택 차관이 참석해 축사를 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회를 주최한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회장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까지 코로나를 이유로 불참, 온라인 개회사를 하면서 맥빠진 분위기였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썰렁한 대회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현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탈원전한다고 하더라도 너무한다"고 불멘소리를 냈다.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25%를 넘어 엄연히 기저발전으로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산업분야"라며 "탈원전 국면이라고 해도 산업부가 참석해 원자력계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꼬집었다. "한국원전은 이제 산업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수원 감독부처를 산업부에서 과기부로 옮기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산업부 장관과 차관, 한수원 사장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정부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대표적 저탄소 발전원인 원전산업을 막연한 공포심에 사장 시키려고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행사를 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이 있으면 뭐하나. 청와대와 정부는 관심이 없고 산업은 고사직전"이라고 자조했다.
이날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미래 에너지전략’ 패널세션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과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연구원 연구위원은 "2050년에 막연하게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싸질 것이라고 하거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수십년 후의 계획을 발표만 하고 끝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무책임하다"며 "실제로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제·사회구조적 한계를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에경연에서도 이를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균등화발전비용 연구를 통해 발전부분에 공적투자비용이 상당하며 전력요금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판단했다. 정부에서 비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주호 전 원자력학회장은 "벤츠차는 ‘당신이 몰다가 폐차하시면 소재의 92%를 재활용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며 "우리가 원전을 수출한다고 할 때 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등 어떤 서비스를 붙여줄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소경제, 탄소중립 등을 위해 원자력이 그 정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