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2일(수)

[기획] 신규 석탄발전 건설 어디까지 왔나…①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8 12:06   수정 2021.04.26 10:01:40

국내 최대 규모 건설, 해안침식·탈석탄 논란에 제자리걸음…지역경제도 타격

국내 최대 '삼척 발전소'…사업비 5조 육박·총 2.1GW

공정률 40% ‘제자리’…저감장치 설치에도 해안침식 논란

환경단체 '탈(脫)석탄' vs 전문가 '안정적 전력수급도 중요'

"공사 중단에 밥벌이 길도 막혀"…식당·자영업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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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동해의 물결에 깎이고 씻긴 화강암의 알갱이들이 쌓인 강원 삼척 앞 바다. 이 곳 인근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두고 정부 및 발전사업자, 주민·환경단체 등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로 지어질 계획인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이 이런 대립과 갈등으로 현재 제자리 걸음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공정률 38%에 그치며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현장에는 '공사 재개 촉구' 또는 '공사 즉각 중단'을 외치며 펄럭이는 현수막들이 대치 상황을 가늠케 한다.

전문가들은 삼척 석탄발전소 논란을 두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정부 정책의 피해자"라고 일컫는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폐광산 부지를 활용하고자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석탄발전소 건설이 확정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인·허가가 1년 정도 미뤄졌다. 이후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원래대로 건설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친환경 에너지 수급과 해안 침식 문제를 지적하며 공사를 중단하라는 등 ‘건설 백지화’를 요구한다. 반면 사업자와 업계 전문가들, 또 다른 일부 주민들은 지역 경제와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공사를 서둘러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척 석탄발전소는 해안침식 논란으로 항만공사가 중단되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여러 건설장비 등이 그대로 멈춰 버린 현장에 사업자는 물론 이번 건설 사업에 연관된 지역 자영업자들 또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삼척 발전소'…사업비 5조 육박·총 2.1GW 규모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총 4조9000억원 사업비로 지어지는 2.1GW 규모의 민간 석탄발전소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추진되는 화력발전소 사업이자 최대 규모다.

석탄발전소가 들어서는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원은 원래 광산이었다. 1976년부터 동양시멘트 46광구에서 석회석을 채굴했던 동양그룹은 지난 2011년 폐광산 자리에 석탄발전소를 세워 운영하겠다고 결정했다. 해안에 인접해 항만시설 건설이 쉽고 주변에 주민시설이 없어 민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내용이 확정됐고 동양파워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당시 발전사업자 선정 조사에서도 삼척시민 96.7%가 석탄발전소 건설을 찬성했다. 불과 일 년 뒤 동양그룹이 몰락하면서 포스코에너지가 2014년부터 석탄발전소 사업권을 따내 진행하고 있다.

삼척 석탄발전소 1·2호기는 2018년 8월 첫 삽을 떴으며 오는 2024년 4월까지 총 69개월 동안 공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착공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종합 공정률은 38%에 그친다.

 

공정률 40% '제자리'…침식저감장치 설치에도 해안침식 논란 

 


삼척 석탄발전소 공정률이 유독 오르지 않는 데에는 공사 중단이라는 좌초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삼척 석탄발전소 항만공사가 진행되는 맹방해변연안에 침식이 빨라진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연안침식은 맹방해면 뿐 아니라 동해안 전체적으로 우려됐던 문제다. 맹방해면만 놓고 보면 이미 발전소 착공 이전인 2015년 8월 해양수산부로부터 각각 침식 우려와 심각을 의미하는 C와 D 등급을 받았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0월 맹방해변이 더 침식되지 않도록 방파제 공사를 중단하고 우선적으로 침식저감시설을 설치하라며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사중단 명령을 통보했다.

항만공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원재료인 석탄을 해상으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항만공사를 마치지 않으면 원료를 운반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다.

삼척블루파워는 산업부 통보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1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올해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침식 저감장치를 설치했다. 지난달부터 침식저감장치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휘하고 있다는 전문가 등 검토를 마치고 공사 재개 통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일부 측에서 주장하는 규격 불량과 침식 논란에 한 달째 또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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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조감도. 삼척블루파워


 

'건설 백지화·LNG 전환' 비용 부담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삼척화력발전소는 지난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사업 인허가가 보류되다가 2017년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내세우면서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삼척 석탄발전소를 원안대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 가운데 삼척 석탄발전소가 공정률이 제일 낮지만 비용 부담 측면에서 지금도 설계를 변경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발전소는 수요지 인근에 세워져야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석탄발전소는 해안가 등 송전 효율이 떨어지는 외곽에 건설하더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삼척 석탄발전소 1·2호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할 경우 전력 손실에 따르는 영업수익 감소액만 20년 동안 6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게다가 LNG발전소로 변경할 경우 전체 설비를 교체하고 공사 기간이 3∼6년 정도 늘어나면서 수 조억원대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LNG 연료 공급 배관망 등을 갖추는데 1km당 적게는 6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추가 비용이 든다.

 

환경단체 "탈석탄" vs 전문가 "안정적 전력수급"

 


환경단체들과 일부 주민들 중심으로 '탈석탄'을 내세우며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는 이들은 삼척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해마다 1280t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설명한다. 또 삼척 석탄발전소가 지어진다고 하더라도 이용률이 2030년에는 50%, 2040년에는 20%대에 불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립각을 세우는 찬성 측에서는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이 전력수급계획에도 포함된 민간 발전사업이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전력을 수급하기 위한 기저발전소로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에는 최신 설비가 들어서기 때문에 노후 발전소만큼 탄소나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며 "단계적인 에너지전환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노후 발전소를 폐기하고 신규 발전소를 기저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게 제일 합리적"이라는 중론이다.

또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삼척 석탄발전소 사업비가 1조원 정도 조달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 금융권까지 석탄 사업에 채권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자금 융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포스코에너지는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계획하던 사업초기 금융사와 총액인수확약 및 한도대출 약정 등으로 회사채 발행과 차입금액을 사전 협의했다"며 "지난달에도 자금을 조달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자금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수 조억원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사 중단에 밥벌이 길도 막혀"…식당·자영업자 등 지역 주민 '한숨' 

 


공사 중단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건 사업자뿐 만이 아니다. 지역 활성화를 기대했던 주민들과 현장의 노동자들, 주변 자영업자들도 막막한 실정이다.

삼척블루파워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현장에만 수 천명의 노동자들이 투입된다"며 "공사가 중단되면서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어버린 셈이다. 건설 사업으로 뒤따르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고용 효과까지 막혀 버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삼척 주민들은 낙후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석탄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광지로 각광받던 맹방해변이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해안 침식이 진행되자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면서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삼척 석탄발전소 공사가 중단되면서 숙박업소나 식당 등 지역 업체들의 생계도 위태로운 상태다.

삼척상공회의소 등 16개 사회단체협의회장으로 구성된 삼척시 지역상생협의체는 "지난 2017년 지역주민을 비롯한 40여개 지역사회단체들이 18번의 상경집회로 이뤄낸 삼척시민 숙원 사업"이라며 "공사가 중단돼 지역경제 파탄으로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자영업자들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데 공사가 멈추면서 더 침체되고 있다"며 "발전소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 인부들로 인해 숙박업소나 식당 등 어느 정도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몇 개월째 중단돼 가계 빚 부담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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