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판매량은 5억930만 MWh로 1년 전보다 1120만 MWh(2.2%) 감소했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전력판매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한전이 지난 196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외환위기 때와 경기 둔화가 심화된 2019년(-1.1%) 단 두 번뿐이었다. 2년 연속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산업용이 3.7% 감소해 전체 판매량을 크게 끌어내렸다. 지난해 여름 더위가 예년보다 주춤했던 것을 감안해도 산업용 전기사용량이 비교적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용 전력 수요는 경기 진단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경기 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줄고 생산이 감소하면 그에 따라 전력사용량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제조업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산업구조의 특성상 전력사용량과 경기 흐름 사이의 연관성이 높다.
실제 전력판매량 하락세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8년 2.9%에서 2019년 2.0%, 지난해 -1.0%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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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년 경제성장률과 전력판매량 증가율. [자료=전력통계속보, 한국은행] |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제시했다. 이는 두 달 전 내놓은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주요국 경기 회복 흐름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비롯한 적극적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개월 연속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4월 종합경기 BSI 전망치가 106.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가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긍정 응답이 부정 응답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수요 회복 영향으로 2개월 연속 100선을 웃돌았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도 올해 1월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2500만M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만MWh(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 체감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제조업 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경기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업들의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