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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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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양광사업에도 LH판 ‘가짜농민’ 투자 만연…"무리한 확대 정책이 낳은 부작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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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로 불거진 ‘가짜 농민’ 투자가 태양광 발전사업에도 만연한 것으로 지적됐다. 태양광 지원혜택을 받기 위해 서류를 허위로 꾸며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뒤 농민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이런 편법 또는 불법이 판쳐 예산 등이 줄줄이 새는 정책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당국이 제도 개선 등을 나서고 LH 사태로 ‘농업경영체’ 전수조사 요구가 거세지면서 업계는 그 불똥이 태양광 사업에도 튈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농촌태양광 혜택을 받기 위해 농사는 짓지 않고 태양광 사업만 하는 사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예정된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계약(FIT) 참여자 모집 공고를 앞두고 태양광 사업자의 허위 ‘농업경영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농촌태양광 육성을 위해 농촌태양광에 FIT 참여 혜택과 태양광 설치비용을 저렴한 이자로 금융지원을 해줬다. 일반인은 설비용량 30kW 미만만 FIT에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농어촌민의 경우 100kW 미만 사업자면 약 20% 높은 고정 가격에 20년간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계약해주는 FIT에 참여할 수 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하면 큰 제약 없이 FIT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는 게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다. △ 1000㎡ 이상 농지 경영 △ 농산물 연간 판매액 120만원 이상 △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등 조건 중 하나에 해당되면 농업경영로 신청 등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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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농업경영체 등록증 발급이 까다롭지 않다 보니 FIT 참여 태양광 발전소 분양을 홍보하는 광고까지 성행한다고 한다. 특히 100만∼200만원 만 주면 서류를 꾸며 농업경영체로 등록할 수 있도록 대행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유인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경영체 등록자가 실제로 농사를 제대로 짓고 있는지 확인이 현실적으로 거의 어려운 게 이런 문제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버섯재배 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고 FIT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섯재배 시설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건축물 태양광에 부여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1.5를 발급받을 수 있다. REC 가중치 1.5가 부여되면 발전 사업자가 수익을 실제 생산 전력량보다 1.5배 더 얻게 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현재 서류 검증 등을 통해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서류를 조작하면 그만이라 현장점검 없이는 실제 경작 여부를 검증하기 쉽지 않다. 현장을 가보면 버섯재배는 거의 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현장 점검이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 2019년 농가 수 100만7159개와 농업경영체 등록 수 168만6068개가 67만8910개나 차이 나 가짜 농민 문제가 국회와 언론에서 계속 지적되고 있다.

에너지공단은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달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시된 개선안은 농업경영체로 등록해 3년이 경과한 뒤라야 FIT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업계는 FIT 제도에 허점이 있어 예견된 사태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농촌태양광 육성을 위해 FIT를 활용했으나 가짜 농민이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용량 제한이 없어 한 사업자가 여러 개의 FIT를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났었다.

업계 관계자는 "농민 자격이 있고 발전소 간 거리 250m 규정만 지키면 지역과 숫자 제한 없이 어디든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FIT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촌태양 금융제도는 농업인 거주지와 인접한 읍면동이거나 직선거리 5km 이내 태양광발전소만 지원해준다. FIT도 거리제한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제도 허점을 이용한 일부 사업자의 편법 사례로 태양광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병준 솔라플레이 대표는 "정부의 제도가 미비해서 나타난 결과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태양광 사업자들"이라며 "태양광 사업 전체가 부도덕하다고 몰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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