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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시바. GE는 미국, 도시바는 일본 회사다. 양국 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인 두 회사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제휴를 하려 한다. 지난달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나온 팩트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GE·도시바의 연합전선은 국내에선 일부 언론에만 짤막하게 나온 내용이지만, 사실 그것이 갖는 의미는 심장해서다.
상식적으로 어떤 회사든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서로 이익이 맞아떨어져서다. GE·도시바가 협상 중인 해상풍력발전의 핵심설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아이템은 발전장치(나셀). 두 회사는 도시바의 발전 계열사인 도시바에너지 요코하마 공장에서 나셀을 공동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요코하마 공장은 도시바가 최근 화력발전사업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남게 된 곳이다. 이 공장의 기존 설비와 인력을 활용하게 될 터이니, 도시바 입장에서만 봐도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도시바는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규모가 더 큰 GE와 나셀을 함께 만들면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척동자도 가늠하는 얘기다.
GE가 얻는 이익 또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GE는 사실 바다보다 땅의 강자다. 다시 말해 육상 풍력발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구축한 반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GE가 도시바와 손잡으려는 이유다. 일본은 거대한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예정돼 있으니, 이 나라에 말뚝을 먼저 박으면 당연히 선두권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양사는 이미 원자력·화력발전에서 제휴를 맺었던 만큼 해상동맹 시너지는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게 된다.
게다가 두 회사는 수익성이 높은 발전시설의 보수·운용 서비스로까지 제휴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널리 알려진 ‘알짜’ 사업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준다. 덩치를 키우는 ‘묘수’다.
이게 다일까. 아니다. GE·도시바 움직임은 좀 더 글로벌 시각에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세계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유럽 지멘스가메사가 39%로 1위다. 이어 덴마크 베스타스(15%), 중국 SE윈드(10%), 엔비전(9%), 골드윈드(9%) 순이다. 유럽·중국기업 5곳을 합하면 무려 82%나 된다. GE·도시바 동맹은 결국 중국·유럽에 맞서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하려면 모든 산업의 원천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일본 정부도 해상풍력발전에 눈을 떠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2019년 해상풍력발전 근거법을 만들고, 현재 2만㎾에 불과한 해상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1000만㎾, 2040년까지 4500만㎾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9년 19%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50~60%로 높일 방침이며, 2040년까지 자국산 부품 조달비율도 60%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은 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걱정은 이제 한국이다. 최근 정부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세계 최대인 8.2G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게 걱정의 씨앗이다. 투자 규모는 48조5000억원. 천문학적인 돈이다. 비용만큼의 효율을 거둘 수만 있다면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이 2010년 3GW에서 2019년 28GW로 10년간 25GW 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비용·시간, 에너지정책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하는 정치 등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독일·덴마크 등 수십 년 전부터 해상풍력발전을 해온 터줏대감들도 설비를 빠르게 늘리지 못했다.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이 해상은 육지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그렇다.
우리 현실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력 키우기’ 계획도 없이 그린 큰 그림이 ‘용두사미’에 그친 일을 한 두번 겪어본 게 아니라서 그런지 더더욱 걱정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