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미국 남부 택사스의 대규모 정전사태가 기후변화에 에너지전환까지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도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지난달 이미 역대 최강 북극한파가 몰아쳐 전력 예비율이 경각심을 갖게 하는 수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여름엔 역대급 긴 장마를 기록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낮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오는 2025년 25%, 2040년 35%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날씨 변화 등으로 전력공급 안정성을 담보할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력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전력업계와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기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전원믹스’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원자력이나 석탄, 가스터빈발전기,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기원별로 골고루 전력을 공급해야 극단적인 기후 상황이나 외부 변수가 들이닥쳤을 때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비율에 맞춰 다른 발전기들도 돌아갈 수 있게 적정 비율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서도 고품질의 원료를 쓰고 공정 과정을 촘촘하게 세분화 한다면 환경 오염을 막으면서 전력 생산 방침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런 한파가 찾아오는 등 이상 기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역대급 한파가 지속되면서 최저 전력예비율이 세 차례나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1주일 동안 영하권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6일부터 일주일 사이 하루 최대 전력수요량이 9000만kW 안팎을 기록한 날은 사흘이나 지속됐다. 정전과 동파도 잇따랐다.
이상기후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전 세계 국가들은 기후위기의 원인인 지구 온난화 진행을 늦추고자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탈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극단적인 기후 상황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풍력과 태양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에너지원이다. 풍력의 경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 태양광의 경우 일사가 가능한 낮 시간대에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화석연료는 날씨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다.
전력 생산의 주된 방식을 갑자기 재생에너지로 바꾼다면 낮 시간대에만 발전기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이용률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태양광의 연간 평균 이용률은 14.3%, 풍력의 경우 22.5%로 나타났다. 이용률은 실제 설비용량에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설비용량이 같아도 이용률이 낮으면 실제로 전력이 발전되는 양은 적다. 특히 재생에너지 이용률은 전력피크기에 1%에 불과해 전력 비상사태 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 2009년 1.7%에서 2019년에는 4.8%로 10년 사이 3.1% 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9.3%포인트, 아시아 평균인 8.7%포인트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남부에서는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피해가 속출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현대차 등 대형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공장이 운행을 중단했다. 전력이 부족해진 탓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도 새벽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공장 가동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