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엄숙하고, 고상하고, 훌륭한 소설들 사이에서 기꺼이 ‘광대’로 돌아가고자 한다. 인간만이 즐길 수 있는 ‘읽기의 유흥’,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 놀이가 소설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박상 작가는 소설가가 과학자나 철학가자 아니고 예술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간 ‘복소풍 요리사의 서정’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시공간 축을 갖고 있다. 하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삼탈리아 모험기고, 다른 하나는 과거 한국에서 요리사가 되기 위해 끝없이 정진하다 삼탈리라오 떠나기까의 여정이다.
현재의 이원식이 찾아 나선 땅은 50년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한 이오니라 해의 작은 섬나라 삼탈리아다. 폐쇄국가라는 삼엄한 경계조차 페이크고 농담이었던 삼탈리아에 들어선 ‘나’, 이원식은 허무한 생을 극복할 비밀을 찾는다. 시를 즐겨 있고, 시인을 존경하며 심지어 시가 화폐로 통용될 정도로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설정은, 마치 자본주의에 대한 거대한 농담처럼 읽힌다.
이 책에서 영웅탄생 설화 같기도 한 신기한 모험 퍼레이드에서 묵묵히 레이스를 달리며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가는 박상 작가가 겹쳐 보이는 것은, 단지 1인칭 시점이고 주인공의 이름이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원식’이라서일까.
소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경지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때론 경지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더라도 나만의 치열한 궤적이 남아 있다면 삶은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신간은 전자책 구독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에서 진행하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 13번째 작품이다.
제목 :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저자 : 박상
발행처 : 시대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