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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우한에서 WHO 조사단이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회견 중 WHO 조사단장 피터 벤 엠바렉(우측)과 중국측 대표 량완니엔(좌측)이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규명에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WHO 우한 조사단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은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관련한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라며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 스탠퍼드대 미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렐먼은 워싱턴포스트(WP)에 "증거가 공개되면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이 제공한 정보만 검토했다면, 상식적으로도 (판단에) 의문이 간다"라고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레이나 매킨타이어 교수는 "재빠르게 실험실 유출설이 기각됐다는 점에 놀랐다"라면서, "모든 단서를 조사해보지 않고는 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WHO 조사팀은 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우한 집단발병 이전에 외국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WHO 조사팀 소속 네덜란드 바이러스 학자인 마리온 코프만스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지역에서) 우한보다 먼저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증거를 탐색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고, 우한이 최초 발병지가 아니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사실상 같은 결론이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WHO 조사팀이) 미국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창궐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는 중국에 PR(홍보) 승리를 안겨줬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HO 조사팀이 중국에 입국한 이후 중국 정부의 관용 차량으로 이동하며 귀빈처럼 유관기관들의 안내를 받고 다녔다는 점을 들며 "공정한 조사와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책임 공방과 관계없이 바이러스의 기원 추적은 보건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질병 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처음으로 감염돼 확산의 진원 역할을 한 ‘0번 환자’(patient zero)를 찾는 데 노력한다. 이는 0번 환자가 확인되면 전염병이 언제, 어떻게, 왜 발병했는지 등의 핵심적인 의문을 풀 수 있으며, 파악한 정보는 향후 유행을 막을 정책적 수단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