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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E 확대 압박에 사업자 '퍼주기' 논란...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29 15:50
재생에너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구입 단가를 도매시장 가격에 보조금까지 얹어 쳐주더니 이젠 그 단가를 고정가격으로 20년 장기로 사주는 구매 계약 물량까지 늘려준다"

정부가 최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쏟아내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에너지전환 가속화 압박 속에 높은 목표설정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논란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도중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각종 정책을 통해 보전해주고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특히 정부와 한국전력이 최근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기후환경 비용을 기존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내 별도 부과하기로 한 뒤 신재생에너지 업계 지원 방안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환경 비용은 한전이 소비자에 전기요금 청구 때 따로 부과돼 결국 국민이 부담으로 짊어지게 된다.

정부는 29일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이하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25.8%(84.4GW)까지 늘리는 게 골자다. 지난해 5.6%(19.7GW)보다 15년 새 무려 5배 가까이로 높게 설정했다.

정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업계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사업자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경쟁입찰 장기계약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시장을 개편키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으로 RPS 의무비율을 올해 7%에서 2034년까지 40%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공급의무자 확대를 위해 발전설비 기준을 현재 500메가와트(MW)에서 300MW로 낮춰 공급 의무자를 23개사에서 30개사로 늘렸다.

2012년 도입된 RPS는 발전 공기업 등이 전체 공급 에너지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 제도에서는 또 이들 발전 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를 사업자로부터 사들일 때 구매단가 및 조건에 특혜를 주도록 돼 있다. 구매단가의 경우 일반 전력 구매 단가인 전력시장 도매가격, 즉 계통한계 가격(SMP)에 보조금 성격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더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RPS의 공급 의무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기로 돼 있고 그 물량의 일정부분을 공개입찰로 구입하되 20년 장기 고정계약을 맺고 사들이도록 하고 있는데 그 물량을 이번에 또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관련 사업자들이 늘고 공급이 증가하면서 REC의 시장 거래 가격이 2년 새 반토박된데 따른 정부의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정책으로 사업자들로선 사업 안정성 및 수익성을 모두 거둘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전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은 물론 민간 발전사들까지 에너지전환 비용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6사 등 자회사를 포함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중이 해마다 높아져 왔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도 한전으로선 이 비중을 높여야 해 경영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만 RPS 이행부담금으로 1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연간 2조원을 부담한 것에 비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산업부 측은 "기후환경 변화 대응,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세계적인 추세에 적극 부응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로 "REC 가격이 2년새 반토막 나는 등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어려워 정부의 지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도별 RPS 비중, 한전 비용 부담 추이


연도

20172018201920202040

비율(%)

456740

비용(천 억원)

1.6221.2 

문제는 한전의 재무부담이 갈수록 커지게 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빠져 재생에너지 발전 참여는 떨어지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전 등 발전공기업의 RPS비율을 계속 높여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는 올해 7%이던 RPS의무비율을 내년 9%, 2022년 10%로 상향할 계획이었다. 이번 5차 신기본 발표로 2034년까지 최대 40%까지 늘렸다.

RPS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전 측은 "RPS비율은 산업부에서 결정하고 한전은 이행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내년부터 ‘기후환경비용’을 따로 부과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직접 투자를 위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도매가격에 보조금 지급에 한전과 20년 장기계약까지 맺어주는 것도 모자라 RPS 비율을 40%까지 늘린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큰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주력사업인 석탄화력발전을 빠르게 축소해야 하는데 동시에 경쟁 발전원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급속히 추진하면서 RPS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82GW까지 늘린다는 것은 사업자, 부지, 송배전망, 전력망 안정화 등 너무나 많은 난제를 품고 있는 문제"라며 "이를 발전공기업과 국민에게 기후환경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반발은 물론 발전공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신재생에너지 설비 제외)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한수원, 한국동서·중부·서부·남동·남부발전과 같은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들과 민간발전사 등 총 22곳이 RPS를 이행해야 한다.

RPS해당 사업자들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통해 의무량을 채우거나 소규모 태양광발전사업자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 비용을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REC를 구매해 정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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