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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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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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산다"…게임 밖에서도 ‘재미’ 찾는 게임업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20 22:00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B급 감성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언어유희를 기반으로한 마케팅, 유머코드를 넣은 광고 영상 등은 게임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 ‘감’은사막·‘발’트라이더…"비트니 더 재밌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가 남성 화장품 브랜드 ‘스웨거’와 함께 손을 잡고 내놓은 탈모 방지 샴푸 ‘감은사막’이 유통가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감은사막’은 지난 15일 쇼핑몰 ‘11번가’에 단독 출시된 직후 샴푸 베스트 1위에 오르는 등 게임 밖에서 주목을 받았다.

‘감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인기 게임 ‘검은사막’을 활용해 개발한 제품 이름이다. 해당 제품은 슬로건으로 ‘사막같은 머릿결에 오아시스 같은 부드러움을’을 내세우는 등 대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B급 정서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펄어비스가 게임명을 활용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해태제과와 ‘껌은사막’이라는 껌 제품을 내놨고, 지난 9월에는 조미김 제조업체 광천김과 함께 ‘김은사막’을 내놨다. 유통가에서는 이들 제품의 대다수를 검은사막을 즐기는 게이머가 구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임명을 비틀어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비단 펄어비스만이 아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벤트 대회인 ‘발트라이더’를 최근 개최했다. ‘발트라이더’는 말 그대로 발로 조작하는 패드를 활용해 플레이하는 ‘카트라이더’를 뜻한다.

지난 11일 치러진 대회에는 총 8명의 프로선수들이 참여해 ‘스피드개인전’으로 승부를 겨뤘다. 해당 대회의 총 상금 규모는 600만원으로, 이는 정규 리그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회는 넥슨 유튜브채널 ‘넥넥’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당시 약 4400명이 접속해 열띤 응원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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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사막’ 제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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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지난 11일 개최한 이벤트 대회 ‘발트라이더’ 경기 모습.

 

◇ 게임광고가 천만 조회수 ‘훌쩍’…"광고도 재밌게"

그런가하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코드로 무장한 게임광고들도 ‘천만 뷰’ 시대를 속속 열고 있다. 지난달 엔씨소프트가 유튜브에 공개한 리니지2M 1주년 관련 광고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1113만회를 기록 중이다. 해당 영상은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이자 CEO(최고경영자)인 김택진 대표가 출연해 코믹연기를 펼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은 신생게임사 엔픽셀이 공개한 영상도 비슷한 사례다. 10분 남짓한 분량의 이 영상에는 배우 유아인과 신구, 이경영, 엄태구, 배성우, 조여정, 오정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이 영상이 실은 엔픽셀의 신작 ‘그랑사가’의 광고라는 사실을 9분이 지나고 나서야 인지하게 된다. 영상 말미 3차원 캐릭터가 등장해 검을 들어올리며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자극적 내용으로 관심 끄는 행위) 끌었다"고 말한다.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이날 기준 950만회로, 1000만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케팅 시장은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게임의 본질 자체가 ‘재미’인 만큼, 많은 게임사들이 파격적이고 참신한 시도를 이어가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랑사가-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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