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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 발전소(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포집·저장·이용 기술(CCUS)이 필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상용화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차원에서 CCUS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활발하지 않을 경우 탄소중립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에너지전환과 CCUS’ 보고서를 발표해 "CCUS 없이는 탄소중립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의 확대만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CCUS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또한 CCUS에 대해 "중공업과 화석연료 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는 수단이자 신산업으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 듯, 글로벌 거대 석유업체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 역시 CCUS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탄소 포집·저장(CCS) 설비가 가동 중에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CCS 시장에서 28%를 차지해 이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 캐나다, 일본, 호주가 뒤를 잇지만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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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S 기술에 투자하는 주요 석유업체들도 주목을 받는다. 유럽연합(EU)이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이에 발맞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기 위해 CCUS를 택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이탈리아의 에니 등이 모두 CCUS 기술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노르웨이는 정부차원에서 CCS 개발을 지원하는 ‘롱쉽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고 이의 일환으로 에퀴노르, 로열더치셸, 토탈이 손잡고 진행하는 ‘노던 라이츠 CCS 프로젝트’에 18억 달러(약 2조 637억원)를 투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노던 라이츠 CCS는 2024년에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롱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노력에 새로운 이정표다"며 "이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새로운 기술 개발에 이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CCUS가 상용화되기까지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있다. 대규모로 활용되기 위해선 기술력이 향상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의 친환경 수단에 비해 현재 CCUS의 활용 비중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작년까지 전 세계에서 설치된 포집 설비가 연간 4190만 톤의 이산화탄소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글로벌 총 배출량의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드맥켄지는 2030년까지 포집 설비가 연간 853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는데 지구촌 기온 상승량을 2도로 제한시키기 위해선 규모가 같은 기간 4억 6100만 톤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영국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CCUS 분야에 향후 30년간 약 780억 달러(약 89조 4660억원)가 요구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CCUS의 상용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노르웨이의 프로젝트가 CCUS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이 해당 산업을 촉진시키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드맥켄지도 "CCUS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막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요구된다"며 "이러한 인센티브가 없을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CCUS의 기술력 개선도 관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절감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IEA는 보고서에서 "향후 몇 년간 CCUS 기술 혁신과 구축에 급격한 가속화가 없다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CCUS의 대중화는) 정부 지원정책의 대폭적인 증가와 공공·민간 투자 여부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