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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 서울’은 지난달 20일 "정부와 한국전력은 해외 석탄 투자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여권 일각과 환경단체들이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하며 공기업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 금지 입법을 추진한 게 발단이다. 국내에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 정부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에 적극 참여하면서 해외에서는 공기업 주도로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석탄화력발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 등 국내 발전업계는 해외 석탄발전 투자 때 국제 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최신 저탄소 기술을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충분히 따져보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 찬반 양측 입장을 쟁점별로 정리해본다.
◇ 동남아 개도국, 석탄발전 안해도 되나?
환경단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들에 따르면 한전의 해외석탄발전사업 소재 지역은 이미 99~100% 전기보급이 완료된 공업지역이며, 오히려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저탄소 발전원 확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2020년 초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이미 발전량의 37.7%를 수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고, 2030년까지 수력을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15~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베트남(40%)과 인도네시아(57%)에서 이미 과도하게 높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에너지 정책은 기존 석탄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신규로 보급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으므로 신규 석탄발전소가 필요하지 않다.
한전: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가 해당 국가의 에너지 정책과 투자요청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발전소의 경우 사업성이 높다. 에너지업계는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고 이런 투자에 한전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국가의 에너지업체가 투자할텐데 그렇게 되면 명분에 사로잡혀 눈 앞의 이익을 놓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 국내 그린뉴딜 추진, 전기료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전력요금 체계 개편 등 정책과제 수행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는데 이런 투자를 막으면 어떻게 투자금을 조달하느냐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정부의 공공 정책과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통한 한전의 수익창출이 필요하다.
◇ 베트남 붕앙-2, 어차피 중국이 진행할 사업인가?
한전은 베트남 하띤성 지역에 총 1200MW 규모의 붕앙-2 (Vung Ang 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참여를 추진중이다. 전체 사업비는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한전은 중국의 중화전력공사로부터 지분 40%(약 2200억원)를 인수해 발전소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중국이 하지 않겠다고 처분하는 사업을 한국 공기업과 공공금융기관이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던 스탠다드차타드, OCBC(싱가포르의 화교계 은행), DBS(싱가포르 개발은행)가 모두 투자를 철회했고, 한전이 투자를 결정할 경우 수출입은행이 약 8000억원을 대출할 예정이다.
한전: 위 은행들은 홍콩계 은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대계 자본이다. 붕앙-2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홍콩 마카오 광저우 간에 송전선로 공사에도 참여하고 있어 자금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이 은행들 외에 BOC(중국은행)가 대주단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철수하는 사업을 한전이 떠안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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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외 석탄투자, 국제기준에 어긋나는가?
환경단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미 해외석탄발전 투자 자체를 중단했다. OECD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을 이유로 해외석탄발전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일본과 한국뿐이다. OECD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은 규모 500메가와트(MW)를 초과하는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투자를 허용한다.
한전: 한국 발전사들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 투자 때 OECD 가이드라인 등 국제 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USC 등 최신 저탄소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붕앙2사업은 저탄소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사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추진된다. 여기에 자체 친환경설비를 추가 설치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한국 환경기준 수준으로 운영할 방침이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국제·환경 기준에 충족하는 사업은 지원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르고 있다"며 "친환경 방식에 대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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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코리아' 사업, 국내 경제에 도움 안되나?
환경단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 사업과 베트남 붕앙-2 사업의 손실규모를 각 85억원과 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또 이 사업의 시공사로 설계·시공·조달(EPC) 계약을 체결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와 중국 광동화전공정총공사(GPEC)가 이 사업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시공사 입장에서도 이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전: 대주단(한국수출입은행, 일본국제협력은행, 기타 상업은행)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분야별 자문사(재정, 기술, 법률 등)를 활용해 엄격한 검증을 마치고 금융 지원을 확약한 사업이다. 한전 내부 위원회 검증 결과, 내부 기대 수익률이 높은 우량 사업이다. 한전은 해외사업을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 민간기업 동반성장 및 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 한전, 해외사업으로 수익 못내고 있는가?
환경단체: 한전의 지난 2010∼2019년 실적을 보면 해외사업의 평가손실이 1조 2743억원에 달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인 6437억원의 손실이 석탄사업에서 발생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시장 변화가 본격화된 지난 10년간의 실적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 석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한전: 현재까지 해외사업을 통해 누계 매출액 35조 원, 순이익 3조9000억 원의 성과를 창출했다. 한전은 현재 국내외에서 신재생사업 확대 등을 통해 환경 친화적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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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해외사업 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