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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에너지분야 ‘그린뉴딜’은 2025년까지 사업비 36조, 일자리 21만개 창출이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 극복 및 구조적 대전환 대응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한 것이지만, 쉬운 말로 돈 풀어서 고용을 늘려보겠다는 것이다. 일반시민은 대체로 무관심한 듯하고, 에너지관련 각계의 반응은 ‘재탕’, ‘회색 뉴딜’, ‘원전 빼고 달성 불가’ 등 비판 일색이다. 나름의 해석과 감상, 궁금한 점을 정리했다.
먼저 사업규모와 비용 그리고 일자리. 그린뉴딜의 태양광과 풍력용량 목표는 2025년 42.7기가와트(GW)다. ‘재생에너지 3020’을 반영한 8차 전력수급계획의 목표가 2025년 28.0GW, 2028년 41.1GW이므로 태양광과 풍력 보급 목표가 3년여 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동안의 실적을 보면 태양광은 초과 달성, 풍력은 목표의 절반 수준 밖에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 부진현상은 앞으로 잠재력이 크다는 주장과 타당성이 없어 보급이 않 되고 있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후자가 우세하다. 대통령이 방문한 전북 해상풍력단지에 민간기업 대부분이 철수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8차 계획에는 연도별 재생에너지 투자계획이 제시돼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투자비 합계액이 무려 38.5조원이다. 그러니까 그린 뉴딜이 8차 계획보다 적게 투자하고 더 짓는다는 거다. 합리적 추론이라면 약 2년 사이에 태양광, 풍력의 투자비가 감소했거나 앞으로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과연 그럴까는 다음 정부에 가서 확인될 문제다.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이 일자리 문제다. 재생에너지 30GW에 일자리가 21만개가 생긴다는 주장인데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에너지전환이 추진된 지난 몇 년간 해당분야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6년과 2018년의 신재생 실적에서 용량은 1.5GW가 증가했지만 고용은 5.1%가 감소했다. 용량 30GW가 증가할 경우 고용은 증가하겠지만 21만개의 일자리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21만개 일자리가 만들어 져도 문제다. 디지털, AI와의 에너지산업의 융합은 일자리 감소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에서 디지털은 강조하고 일자리도 확대된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다.
그린 뉴딜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포함한다. 2025년까지 전기차는 113만대, 수소차는 20만대 보급이 목표다. 늘 지적되는 것이지만 주행 중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고 친환경차일 수 없다. 석탄을 연소해서 만든 전기로 자동차 충전을 하거나, 가스를 개질해 만들어진 수소를 주입하면 오염물질은 배출된다.
그린 뉴딜의 그린은 기후변화 대응이고 뉴딜은 일자리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방점이 그린에 있는지 아니면 뉴딜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에너지분야는 그린에 있는 듯하다. 환경부 장관은 뉴딜에 그린을 추가하느라 어려웠다지만, 기후변화 대응 수단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것은 환경부가 9차 전력수급계획의 전략환경영향 평가 중 산업부에 보완을 요청한 이유와 동일하다. 신규원전이나 가동원전의 계속운전을 전력공급의 대안으로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 뉴딜의 주요내용은 태양광과 풍력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전력시스템 운용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시스템을 통해서 거래되고 전력시스템 운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대처방법으로서 출력제어, 백업설비 및 전력저장시설 확충, 부하응동성이 높은 발전설비의 비중 확대 등이 논의된다. 이미 제주풍력은 작년엔 46회, 금년들어 6월까지 44회의 출력제어를 시행했다. 지난 5월2일에는 원자력발전소 2기의 출력제어가 있기도 했다. 최근 전기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국내 전력계통이 이미 심각한 상태에 있음이 확인됐다. ‘계통 주파수가 하락하면 태양광이 자동으로 정지돼 주파수가 더욱 하락하게’되는데 이 현상은 금년 3월에 이미 한차례 발생했다. 그린 뉴딜 추진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전력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대비가 전제돼야 한다.
그린 뉴딜의 사업비는 국비 24.3조원을 포함한 36조원이다. 이번에도 소요예산 조달 방안에 대한 업급은 없다. 전력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시기와 방법이 문제지 전기소비자가 부담한다고 보야야 한다. 재생에너지, 친환경차 보급의 상당 부분이 보조금이라는 점과 외국산 부품, 외제차의 국내 점유율이 상당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보조금은 외국회사에 일자리는 해외에 만들어진다. 국내 전기소비자들이 외국회사에 해외일자리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꼴이 된다.
그린 뉴딜계획은 이전의 정부계획인 8차계획, 3차 에기본의 내용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린 뉴딜에 에너지전환이 반영된 것이고, 8차 계획과 3차 에기본에 신재생 3020이 반영된 것이다. 페인트 다시 칠한다고 새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늦기 전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이지 숫자와 현상은 이미 말하고 있고, 앞으로도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