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송재석 기자기자 기사모음




트럼프 탄핵안, 상원제출은 불투명…지속되는 민주·공화 '공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23 12:11

펠로시 하원의장, 트럼프 탄핵소추안 상원제출 시기조절
민주 "증인 출석 등 공정해질 때"
공화 "패배 인정하는 것"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연일 공방을 벌이면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화당이 탄핵 심판의 ‘밑그림’을 제대로 짤 때까지 탄핵안을 상원으로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탄핵안 제출을 미루는 등 ‘시간끌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탄핵안이 넘어오면 무죄를 선언, 종지부를 찍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탄핵안이 넘어오기를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 민주당의 시간끌기…"심판 과정 공정해지면 탄핵안 넘길 것" 

앞서 미 하원은 18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등 두 가지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차례로 실시한 결과 두 안건 모두 찬성이 과반을 차지하며 가결됐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로 넘어간다. 

상원은 하원 탄핵안을 접수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할 탄핵 심리에 들어가게 된다. 헌법상 공직자 탄핵심판 권한은 상원이 가진다. 상원은 심리를 거쳐 탄핵안에 제기된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 의원들은 혐의별로 유무죄 의사를 표명하며 투표는 공개 투표로 이뤄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안을 언제 상원으로 넘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펠로시 의장이 언제 이를 상원에 넘길 것인지, 혹은 넘기기는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반복해서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AP/연합)


지금까지는 상원이 크리스마스 휴회가 끝나는 내년 1월 초부터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됐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탄핵안이 넘어오는 대로 속전속결로 이를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해온 상황이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이 통과된 후 기자회견 말미에 "상원이 탄핵심판을 어떤 과정으로 진행할지 알기 전까지는 (하원 측) ‘매니저’들을 지명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도 빨리 지명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는 우리가 공정하다고 생각할 만한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부디 (심판 과정이) 공정하길 기대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우리측 매니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매니저’는 탄핵심판에서 하원 측이 맡는 탄핵 소추위원단을 의미한다.   

미 탄핵심판은 대법원장이 판사 역할을 맡아 주재하며 하원은 검사, 상원은 배심원 역할을 맡는다. 상원은 증거를 판단하고 증인을 불러 진술을 듣는 등 탄핵 심리를 진행한다. 하원은 탄핵 소추위원단을 꾸려 참여한다. 

그런데 하원에서 탄핵 표결이 이뤄지기 전부터 상원 공화당은 이 같은 심판 절차를 최소화해 곧바로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해 민주당을 자극했다. 민주당이 탄핵심판에 4명의 증인을 부르자고 한 제안도 묵살했다. 이에 따라 펠로시 의장이 탄핵안을 상원에 바로 넘기지 않을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탄핵안을 손에 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안이 넘어오기만을 벼르고 있는 상원의 공화당을 압박할 전술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원에서 상원으로 탄핵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탄핵심판이 진행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빨리 부결시켜버리고 탄핵정국을 끝내버리겠다는 공화당의 계획에 결국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이 상원에 탄핵안을 보내긴 할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우리는 그러려고 했다"면서 "현재는 그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을 다 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일단의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안을 상원에 넘기지 말고 쥐고 있으라고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들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 맹공 나선 공화당 "불공정한 탄핵조사, 상원 제출 거부는 패배를 인정하는 셈" 

이렇듯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는데도 민주당이 탄핵안 제출 시기를 밝히지 않으면서 공화당은 맹공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어떻게 하원의장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탄핵안을 보류하고 그것을 보내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레버리지(지렛대)를 준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원의 전날 표결은 중립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파적 운동의 미리 정해진 결말"이라며 "현대 역사상 가장 서두른, 가장 철저하지 않은, 가장 불공정한 탄핵 조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을 겨냥해 "루비콘을 건넜다"며 민주당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과거 다른 의회가 한 적이 없는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사진=AP/연합)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 중진이자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그들이 하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민주당이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을 상원으로 보내지 않는 것은 "헌법적 강탈(extortion)"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소추안 제출을 미루는 것과 관련, 펠로시 의장을 향해 "그것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패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올려 미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을 계속한 민주당에 의해 탄핵당했지만 공화당은 한 명도 찬성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은 탄핵안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를 제출하는 것은 상원의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즉각 상원에서 탄핵심판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트윗을 올려 "하원에서 나에게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민주당이 이제는 상원에 심판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지시하려 한다"며 "사실 그들은 아무런 증거가 없어 상원에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탄핵 심판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며 "나는 즉각적인 심판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은 심판을 위한 날짜와 장소를 정할 것"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이 그들의 지혜로 나타나지 않겠다고 결정한다면 그들은 부전승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과 달리 민주당이 탄핵안을 상원으로 넘기지 않은 채 향후 탄핵 심판 절차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들을 지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탄핵안이 표결된 다음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에도 양당 상원 원내대표가 올해 상원 업무 종료 전 회동했으나 탄핵심판의 증인이나 자료 제출 등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연설에서 공화당이 탄핵 추진을 매도하고 있다면서 "매코널(공화당 원내대표)은 공정한 재판을 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슈머 원내대표의 저스틴 굿맨 대변인은 "민주당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증인과 자료 제출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연휴 동안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증인으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4명의 소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추가 증인 신청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물밑 접촉을 통해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내달 3일 업무를 개시하고, 하원 민주당은 같은 달 7일까지 회의 소집 계획을 세우지 않아 탄핵안 제출이나 소추위원 지명도 그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美 뉴욕증시, 탄핵안 가결에도 다음날 사상 최고치 기록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가결(사진=AP/연합)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안 가결이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안이 표결된 다음날인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주가지수는 오히려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증시 흐름을 가장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23포인트(0.45%) 상승한 3,205.37에 거래를 마쳤다. 처음으로 3,200선을 웃돌면서 지난 17일의 최고치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초대형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다우지수는 137.68포인트(0.49%) 오른 28,376.96에, 나스닥지수는 59.48포인트(0.67%) 상승한 8,887.22에 각각 마감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선 부결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우호적인 월스트리트 금융권으로서는 하원의 탄핵안 가결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월스트리트는 탄핵 관련 뉴스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을 당시, 주가가 큰 폭 올랐던 상황과 현재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CNBC는 "당시 클린턴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뉴욕증시는 1개월간 18.9%, 3개월 간 41.6%, 1년 간 39.2% 각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정국 대신 오히려 경제지표와 미중 무역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1만8천명 줄어든 23만4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 22만7천 명보다 많기는 했지만, 지난주 발표된 수치가 2년여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던 것에 비해서는 양호했다. 고용시장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타결 이후 긍정적인 상황도 지속했다. 스티븐 므무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1월 초 중국과 무역합의 서명에 대해 "확신한다"면서 "기술적이고 법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을 뿐이며, 1월 초에 문서를 공개하고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6개 미국산 화학제품을 오는 26일부터 고율 관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양국 관계의 훈풍이 지속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탄핵 국면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FXTM의 한 탄 시장 전략가는 "공화당 우위 상원이 트럼프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탄핵안 가결의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대신 무역합의에서 나온 긍정적인 신호가 계속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