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언어 상의 문제라 치부하기에도, 긴장 탓이라 돌리기에도 이건 좀 심했다. 지난 4일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감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존 리 대표는 이번 국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여야 위원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모르쇠’와 ‘동문서답’의 전략은 반복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이 뭔지 알기가 어려웠다. 존 리 대표는 국내에서 디지털세가 입법화 될 경우 "준수하겠다"면서도 "국제조세협약과 일치되지 않기 때문에 공동 논의가 필요하다"며 은근슬쩍 빠져나갈 여지를 뒀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치러진 행정소송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가 나오자 "이는 페이스북 본사와 방통위 간 소송이라 잘 알지 못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럴 거면 국감에 왜 나왔느냐"라는 한 위원의 지적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국감에서 과방위원들은 해외 CP(콘텐츠 제공사)들의 막강한 영향력과 우리나라의 법적 통제력에 대해 언급하며 글로벌 CP사를 따로 모아 별도의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과방위원은 "글로벌 CP사의 문제는 네이버나 카카오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글로벌 CP사가 포털과 방송 등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다 보면 결국 우리는 우리의 정신을 해외 기업에 지배당하면서 법적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IT(정보기술) 공룡’의 영향력과 이에 대한 통제권에 관한 논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미국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워런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과 같은 ‘IT 공룡‘들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통해 디지털 생활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저커버그는 이에 맹공을 퍼붓겠다며 직원들에게 승리를 다짐했다. 물론, 저커버그의 발언 내용은 한 매체에 의해 폭로됐다.
통제권을 두고 벌이는 헤게모니 전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지난 주 해외 직구 쇼핑몰에서 검색한 스니커즈가 여전히 스마트폰 화면을 따라다니고 있는 걸 보면, 우리 국회가 빨리 나서주긴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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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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