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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쒀서 개 준다.’ 딱 그꼴이다.
우리나라 연간 게임시장 규모가 세계 4위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무대에서 돈 꽤나 벌었다는 ‘10대 게임 관련 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은 없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 규모는 58억6400만 달러(약 6조5000억 원, 10월 기준)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전체 인구 규모나 인터넷 인구당 매출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게임시장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인터넷 인구는 약 4800만 명으로, 이는 중국(8억5000만 명)의 1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 상위 10개 게임 관련 기업(상반기 ‘뉴주’ 기준)에서 국내 업체 이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 중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 5곳, 중국 3곳, 일본 2곳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과거부터 한국은 게이머들의 높은 안목 덕에 글로벌 게임사들의 테스트베드가 되곤 했다. 특히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선 한국은 단연 세계 최고 시장으로 통했다. 한국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은 RPG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아 자연스레 한국을 공략하려는 해외 게임사들의 시도도 줄을 이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해외기업들이 들어와 장사할 수 있는 판만 깔아주고, 정작 손에는 아무 것도 쥐지 못한 꼴이다.
이는 해외게임들의 국내 선전 덕에 한국시장 자체가 확대됐다는 얘기일수도 있고, 우리 게임사들은 국내시장에 기반한 철저한 내수형 기업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분명한 사실은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개발사들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골몰하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 딥러닝,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게임 고도화가 가장 큰 목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혹자는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자아도취에 빠져 안일했던 지난 세월을 지적한다. 이유야 어떻든 답은 하나다. 게임 콘텐츠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인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더 이상의 핑곗거리도 사라진다. 지체 없이 ‘본질’의 A부터 Z까지 재검토 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한 중견 게임사 대표가 미디어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게임에 있어 장르나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 재미 있는 게임이라면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 기본, 초심 바로 그곳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