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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OPEC의 여유 생산능력 부족과 원유공급 불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29 10:40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 부족으로 향후 국제 원유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가격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유 생산능력이란 생산 가능한 설비능력에서 실제 생산량을 뺀 것으로, 통상 3개월 이내에 생산을 시작해 상당 기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설비능력을 말한다. 여유 생산능력은 원유를 생산하는 모든 국가가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생산량 조절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OPEC의 주요 국가들만 보유한다.

러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체해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원유 구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석유시장에서 발생하는 조그만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도 곧바로 유가가 상승한다. 반대로 OPEC이 과도한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면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그 이유는 대체 공급선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할뿐더러, OPEC의 개별 회원국들이 약속한 생산 한도를 준수하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생산을 확대하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기준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하루 310만 배럴로 OPEC의 원유 및 천연가스액(NGL) 생산량인 하루 약 3900만 배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하루 1억 배럴에 육박하는 세계 석유소비량과 비교하면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이처럼 축소된 때는 많지 않았다. 1979~80년 이란 이슬람 혁명과 뒤이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두 나라의 생산시설이 폐쇄됐던 때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걸프전 발발로 두 나라의 생산시설이 폐쇄됐던 때가 그러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산유국들의 유전 개발에 대한 투자 부진과 중국의 원유 수요 급증으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사상 최저로 축소된 적이 있다. 예외 없이 국제 유가가 폭등했던 기간들이다. 

최근 들어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축소된 가장 큰 이유는 2014년 하반기 이후의 저유가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IEA는 유전 개발 등 석유회사들의 상류부문 투자가 2014년과 2016년 사이에 40% 넘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유가 반등과 함께 석유회사들의 상류부문 투자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에 4% 증가에 그쳤고 올해는 5%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산유국 국영석유회사(NOC)들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돼 올해까지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OPEC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은 더욱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OPEC은 지난 6월에 열린 총회에서 5월 기준 152%에 이르는 과도한 감산 준수율을 증산을 통해 100%로 끌어내리기로 결정했다. OPEC이 목표로 삼는 감산 목표량이 하루 120만 배럴이므로 요구되는 증산 물량은 하루 약 60만 배럴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제재 부활에 따른 이란의 생산 감소분과 정치·경제 위기로 인한 베네수엘라의 추가 생산 감소분이 내년 중반까지 하루 100만 배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OPEC이 생산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160만 배럴을 증산한다고 가정하면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하루 150만 배럴로 축소된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 이런 상황에서는 석유시장의 소규모 공급 차질에도 국제 유가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의 석유시장은 과거와 다른 부분이 있다. 201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이 유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셰일오일 증산이 OPEC의 여유 생산능력 부족에 의한 원유공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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