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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업과 폐업, 청년과 시니어란 두 수레 바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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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모 (주)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 기업성장지원본부장


요즘 세상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들 중에 창업과 일자리가 있다. 지난 5년간 두 단어가 구글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니 두 단어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사용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다. 창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영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25.9% 정도라고 하니 창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촉발제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한쪽만을 편향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창업에 어두운 그림자 측면은 아마도 폐업일 것이다. 최근 국세청에서 5년간 사업자 창업과 폐업 추이가 공개된 적이 있었다. 2013년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창조경제라는 기치 하에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도록 장려해 22만여 명이 창업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줄었던 폐업률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당시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대표키워드를 분석했고 세월호, 메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원, IS, 협오, 어린이집, 메갈리아, 수저론, 헬조선 등이 나왔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창조경제라는 추진동력이 약해지던 시점과 맥이 닿아 있었다.

폐업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주로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들이였다고 한다. 특히 은퇴를 맞았던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창업시장에 대거 유입되어 많은 사람이 소규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과잉진입과 경쟁력 부족으로 결국 상당수가 폐업을 맞이해야 했다.

매출이 과세표준인 2400만 원보다 적어 세금을 못낼 정도로 영세한 간이과세자 규모가 120만 8448명으로 집계되어 총사업자 688만 6938명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다섯 명 중 한명 꼴이었다고 한다.

자영업이 창업 후 1~2년도 유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경우가 증가한다면 결국 고용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가계부채나 기업부채의 증가로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창업정책은 중요한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회추구형 창업비중을 높여 건강한 창업생태계를 육성하려 모험자본의 역할과 공급을 증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실패가 곧 재기불능상태가 되지 않도록 재도전과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창업장려보다는 경쟁력 있는 창업을 독려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시장진입을 하는 홀홀단신 돈키호테형 창업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 구현력을 가진 대장장이형 창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땀과 노력이 인정받고 대우받은 시대가 다시 도래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경험도 없고 사업운영지식도 적은 청년들을 창업시장으로 내모는 방식은 이젠 지양해야 한다. 말만 잘하고 글만 잘 쓰면 창업자금을 마구잡이로 제공하는 페스티벌형 창업은 이제 잠시 멈추고 시장이 존재하고 제조가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글로벌 속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보다 다양한 소비자들을 향해 작은 가치들을 실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도전들을 먼저 실행하길 바란다. 나홀로 걷기 보다는 함께 뛰어갈 수 있는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과 창업이 병행될 수 있는 유연한 사회, 기성세대의 노하우와 지식을 존중하고 신세대의 취향과 변화감지력을 인정하는 세대간 융합도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의 준비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창업가(Entrepreneur)의 사업취지와 도전정신, 승부사정신이 길러져야 한다. 항상 사람들에 불편한 사항들이 무엇이고 왜 변화를 주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키워주어야 한다. 창업가 혼자 모든 기능을 보유해 일을 추진할 수 없기에 창업팀(Team) 구성 역시 중요한 경쟁요소가 된다. 창업팀은 부족하지만 운용 가능한 자원(Resource)의 확보와 시대적 변화와 발전하는 적정기술을 연계할 줄 아는 기회(Opportunity) 포착을 담당하게 된다. 이때 자원에는 무형의 지식과 기술, 초기 운영자금들이 포함되며, 기회에는 고객들에 대한 이해도와 장악력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명확히 구축하여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초기에 건강하고 균형 있는 창업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필자는 이런 내용을 간단하게 창업은 컵(CUP)을 잘 만드는 과정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사업의 취지나 방향성을 설정하는 콘셉트(Concept) 수립과정, 콘셉트의 직접적 수혜자가 될 고객(User)를 탐색하는 과정, 그리고 콘셉트와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 산물인 제품과 서비스(Product & Service)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창업이 완성이 된다. 새로운 기회를 담을 수 있는 컵, 이 컵은 다른 사람들과 내용물을 나누며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어야 그 의미와 가치가 증폭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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