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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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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성, 패럴림픽 첫 자유형 金 "정말 걸어보고 싶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9.09 16:31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자유형 금메달리스트 조기성(21·부산장애인체육회)은 어렸을 때 유독 물을 무서워했다.

뇌병변 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하는 조기성은 "물에 들어가면 온몸이 경직됐다"라고 말했다.

몸의 경직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대인기피증이 있던 조기성은 물가로 나가는 것을 "세상에 나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를 물 안으로 끌어낸 건 한 지인이 던진 ‘말 한마디’였다. 조기성은 "수영을 하면 걸을 수 있다고 누군가 말을 했고, 귀가 번쩍 띄었다"라면서 "정말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08년 재활센터에서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느 날부터 물은 그의 놀이터가 됐다. 수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날이 수영 실력은 늘어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두 발은 쓰지 못했지만, 두 손으로 물을 헤치며 빠르게 헤엄쳤다.

2009년에 출전한 수원시장배 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에선 자유형 50m 동메달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조기성은 "그 대회 이전까지는 꿈이 없었다. 내 삶이란 그저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뿐이었다"라며 "메달을 처음 딴 뒤 내게도 삶의 목표와 목적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무료한 삶을 보내던 조기성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살아가자 가족들은 전폭적으로 그를 지원했다.

특히 조기성의 어머니, 김선녀 씨는 개인 시간을 모두 희생하면서 아들의 뒷바라지에 몰두했다.

조기성은 "어머니의 희생은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는 빚"이라며 "아울러 누나도 나로 인해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껏 받지 못했다. 누나의 희생이 수영 선수 조기성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의 사랑과 누나의 희생, 선명한 목표의식은 조기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느덧 한국 최고의 장애인 수영 선수가 돼 있었다.

그리고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100m(장애등급 S4)에서 1분23초36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자유형 금메달이었다.

조기성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장 기뻐하실 것 같다"라며 "세상 밖으로 나를 이끌어준 많은 분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텔레비전 중계도 없는 탓에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조기성이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고는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는 "그동안 말도 못하게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서로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정말 잘했고, 장하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기뻐했다. 이어 "아들은 통화에서 ‘아직 메달 케이스를 받지 못해 여전히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며 "수영을 시작하며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는데 이렇게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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