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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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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름값 싼건 좋은데”…외신이 경고한 ‘5.7조 청구서’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23 14:17

석유 최고가격제 4주 연장
추석 고속도로 주유소 추가 할인

美 경유 가격 신고가…韓 상승세 꺾여
“李대통령 에너지 소비 메시지 변화도 주목”

유류세 인하 11월 말까지 두 달 연장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휘발유·경유·등유 등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4주 더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이에 따른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둘러싼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 충격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부터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상한을 설정하고 이로 인해 정유사들이 입는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부담 완화 조치에 따른 대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18일 “19일 0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되는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9차 최고가격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차 최고가격은 7∼9차와 마찬가지로 리터(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7차 최고가격을 L당 150원씩 인하한 이후 7∼8월에 이어 9월에도 같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한국의 시장 개입 방식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직접적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거나 별도의 지원책을 제공하더라도 유가 상승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 전국 휘발유 평균 소비자가격은 갤런(약 3.8리터)당 4.475달러로, 올해 최고치인 4.56달러(5월 21일)에 다가가고 있다.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이달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넘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연료 가격 상승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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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이후 한국(주황색)과 미국(검은색) 경유 가격 상승폭 추이(사진=블룸버그)

반면 한국 정부는 정유사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가격 자체에 상한을 설정하고 국제가격과 상한가격의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도 지난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8주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정부는 유류세도 인하하고 석유제품 수출까지 제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에너지 절약 정책에 눈을 돌리는 것과도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한국처럼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 역시 휘발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도매업체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연장 조치는 생활비 부담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가계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최근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2.0%포인트(p))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8%로 취임 후 가장 낮았다.


다만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0%p)에서는 긍정 평가가 34.8%로 전주보다 1.0%p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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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차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요약. 자료=리얼미터

그러나 한시적으로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재정 부담과 가격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3월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10차 최고가격까지 동결하면서 제도 시행 기간은 당초 계획했던 6개월을 넘어섰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홍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사실상 값싼 휘발유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 계산서를 받지 않은 상태"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면 소비자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체감하지 못해 과소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계속 가격을 억지로 낮춘다면 국민들은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맞아 정체 빚는 도로

▲23일 서울 잠원IC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

특히 24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는 정부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명절을 맞아 많은 국민이 전국 각지로 이동하면서 연료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이 대상이다.


손 교수는 가격 상한제가 연료 사용량이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반면 비용은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막대한 규모의 공공 재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유사들이 최고가격제로 입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6개월분(2~3분기)으로 4조2000억원 규모 예산을 추가경정(추경)했다. 여기에 4분기 손실보전 몫으로 내년 예산을 1조5000억원가까이 편성해둔 상태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위한 예산으로 잡힌 액수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아직 정부로부터 손실 보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실액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할지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이견도 있어 실제 지급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최종 재정 부담이 얼마나 불어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을 감수하면서 언제까지 소비자들을 고유가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지를 놓고 경제학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음에도 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달라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 협조도 절실하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을 하고, 국민도 대중교통 이용 및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 쓰기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지난 12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국민 여러분, 걱정말라. 휘발유, 경유 등 정제유 가격은 계속 안정된다"며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적었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석유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왜곡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8월까지 주유소 총소매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휘발유가 2.1%, 경유가 8.4% 각각 감소했다. 월별로도 7월은 휘발유 2.2%, 경유 8.6% 감소한 데 이어 8월 역시 휘발유 1.2%, 경유 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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