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코스닥 11.2% 하락…코스피 66% 상승과 대조
고ROE 기업 136곳 포진…코스닥150 밖에도 우량주 다수
반도체·로봇 정책 지원 확대…장기 투자자금 유입은 과제
▲사진=챗GPT
코스피에 밀려 부진했던 코스닥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수 흐름과 달리 코스피를 웃도는 수익성을 갖춘 기업들이 적지 않아서다. 정부의 내년도 투자 확대도 반도체와 로봇 등 코스닥 주요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남은 올해는 정책 기대와 기업 수익성을 바탕으로 코스닥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7일까지 코스닥지수는 1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6% 상승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최근 2주간에도 코스피가 4.5% 오른 반면 코스닥은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바이오와 2차전지 등 주요 업종이 부진했던 점도 부담이었다. 최근 2주간 코스닥 건강관리와 2차전지 업종은 각각 6.4%, 4.7% 하락했다. 코스닥 전체의 수익성이 코스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제약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 기준 코스닥 전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6%로 집계됐다. 코스피 전체 ROE는 23.4%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ROE도 12.2%로 코스닥보다 높다.
지수 전체와 개별 기업의 사정은 달랐다. 지난 4일 현재 코스닥 상장사 1749곳 가운데 코스피 전체 ROE인 23.4%를 웃도는 기업은 136곳에 달했다.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도 81곳이었다. 코스닥 전체의 낮은 수익성에 가려진 우량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고ROE 기업 81곳 가운데 코스닥150 구성 종목은 2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56곳은 코스닥150 밖에 있었다. 대표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형주 가운데서도 높은 자본수익성을 내는 기업이 상당수 존재하는 셈이다.
남은 올해 코스닥의 투자심리를 움직일 변수로는 정부의 성장산업 투자 확대가 꼽힌다. 2027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산안보다 9% 늘었다. 이 가운데 '3대 메가프로젝트+인공지능(AI) 총력 지원' 예산은 10조8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97.2%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스닥과 연관성이 높은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와 로봇을 꼽았다.
반도체는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인프라 투자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진다. K-반도체 초격차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특별회계 2조6000억원도 신설됐다. 수도권에서는 용인·평택 팹의 조기 가동을 지원하고 호남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된다. 팹 가동에 앞서 클린룸과 유틸리티 배관, 스크러버 등의 투자가 선행되는 만큼 관련 코스닥 기업의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은 정책 지원이 실제 매출과 한층 가까워진다. 피지컬 AI 관련 예산은 9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기존 R&D 지원을 넘어 제조와 스마트팩토리, 건설 등 8대 분야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국산 AI 로봇의 공공 구매도 추진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공공부문의 선제적인 로봇 도입이 국내 기업의 초기 매출 확보와 실증 데이터 축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된 2027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확대'"라며 “투자 관련 키워드(AI, 반도체 등)의 정책 자료 내 언급 비중과 실제 예산 증가율 모두 올해 대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투자형 R&D'를 도입해 지분 확보 방식으로 참여하고, 로봇 등 산업 지원에서도 구매·양산 지원을 병행하는 점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코스닥 시장을 둘러싼 제도 변화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현재 정부는 우량기업을 별도로 묶는 코스닥 셀렉트 지수를 비롯해 장기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해 부실기업의 퇴출을 촉진하고 AI·에너지·우주 분야의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확대하는 등 시장 체질 개선도 진행되고 있다.
SK증권은 코스닥 셀렉트 지수의 발표 자체보다 투자자가 코스닥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에 셀렉트 지수를 반영하고 일반 투자자도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를 통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장기자금 유입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최근 1년간 코스닥 지수 추종 및 코스닥 비중이 높은 ETF에는 8조7000억원이 유입됐지만 개인 의존도가 높았다. 올해 개인은 코스닥 ETF를 8조8000억원 순매수한 반면 연기금 순매수는 17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코스닥150 등 대표지수와 레버리지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외국인 수급 역시 아직 방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닥 순매수를 꾸준히 확대했지만 8월 반등 구간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누적 순매수 규모는 4조원대로 낮아졌다. 정책 지원과 기업 수익성이 코스닥의 재평가 재료로 꼽히는 가운데 실제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 여부가 남은 올해 시장 흐름을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우선 셀렉트 지수 편입 기업이 코스피 등으로의 이전 상장 시 실익이 크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나스닥 증시에 머무르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 연구원은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에 셀렉트 지수 비중 반영은 물론, ETF 및 펀드 상품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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