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 단지 모습.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잔여 대출 여력이 2000억~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속도조절에 따른 '오픈런' 현상과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여전한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출 수요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대출 여력이 소진될 경우 연말 은행권의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에 의한 대출절벽 현상이 현실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5대 은행의 추가 대출 여력은 최대 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금융당국이 증액한 가계대출 목표액 2조6000억원에서 이미 2조3000억원 이상 초과해 소진한 까닭이다. 새 목표치를 기준으로 연말까지 남은 대출 여력이 은행당 평균 400억원 수준인 셈이다. 이는 대형 아파트 단지 한두 곳의 입주 잔금대출 취급 만으로 곧바로 바닥나는 규모다.
정부가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1.5%에서 3.0%로 조정함에 따라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도 지난해 말 대비 기존 0.6~0.7%에서 1.0~1.1%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일반 가계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한도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당국이 이달부터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산정 시 집단대출 순증액 전액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증가분의 70%를 제외하기로 했지만 기존 주택 매수 용도의 잔금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은 총량 관리에 포함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은행권에선 새로운 목표치에도 이미 거의 도달해 추가 취급 여력이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빠듯한 총량 한도로 인해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열었다가 곧바로 닫는 등 개별적인 속도 조절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던 신한은행은 대출 수요가 몰려들자 다음 날인 2일 대출상담사 1명당 하루 접수 건수를 1건으로 제한했다. 취급 물량이 이틀 만에 소진되자 결국 접수를 전면 마감했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지급기.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각각 변동형 주담대 판매와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지만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 제한 조치와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 등은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의 월 취급 한도를 기존의 3분의 1인 10억원으로 낮춘 상태다. 추가 취급 여력이 있지만 연말까지 4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총량 관리 실패를 의식해 공급을 조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총량 목표치 완화 조치가 사실상 체감하기 어려워지자 현장에서는 오픈런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잔금일에 맞춰 대출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거나 시중은행 접수를 기다리며 인터넷은행 주담대 신청을 반복해 시도하고 있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주담대 규제로 인해 부족한 잔금을 메우려는 수요가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번지는 한편 2금융권의 풍선효과도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3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생명)와 5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KB·DB·메리츠화재) 등 8개 보험사의 7월 말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7조9119억원으로 지난해 7월(45조6667억원)보다 2조2452억원(4.9%) 증가했다.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은 대출 심사 부담이 적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된다. 해약환급금이 재원이므로 소득이나 신용에 따라 한도가 제약되지 않고 DSR 외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에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카드론 또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39조5207억원으로 지난해 말 39조1024억원 대비 4183억원(1.1%) 증가했다.
연말로 갈수록 시중은행들이 더 강한 수요 조절에 나설 경우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거나 비대면 대출 창구를 아예 닫는 등 대출 수요를 누르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방책을 꺼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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