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6'에서 공개한 개인용 AI 라우터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페어(NVIDIA PAIR)'의 개념도.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에서 개인용 AI 라우터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페어(PAIR)'를 처음 공개했다.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대의 PC가 각자 남는 연산력을 모아 하나의 AI 추론 인프라처럼 작동하게 하는 무료 오픈소스 도구다. 오는 10월 출시하는 소형 AI PC '엔비디아 RTX 스파크'와 맞물려, 개인용 PC를 게임·콘텐츠 제작 기기에서 AI 에이전트 상시 구동 기기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가정 내 PC는 최근까지 AI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영역이었다. AI 경쟁의 축이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GPU 클러스터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컬 환경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에이전트를 돌리려는 수요가 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 가정 절반 이상이 PC를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연산 자원 대부분이 하루 중 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엔비디아는 '분산' 전략을 택했다.
◇ 기기 간 작업 분산으로 로컬 AI 병목 해소
페어의 핵심 기능은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다수의 추론 요청을 네트워크 내 여러 PC로 자동 분배하는 것이다. 하나의 복잡한 작업을 여러 하위 에이전트가 나눠 처리할 때, 요청이 한 대의 GPU에 몰리지 않도록 유휴 상태인 다른 기기로 넘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자체 테스트에서는 하위 에이전트 5개가 동시에 작업할 경우 단일 기기로는 약 18분이 걸렸으나, 페어로 3대에 나눠 처리하자 8분 48초로 줄었다. 여러 기기의 GPU나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묶어 하나의 초대형 모델을 돌리는 방식은 아니며, 독립적인 요청들을 병렬로 흩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조다. 윈도우·macOS·리눅스에서 쓸 수 있고, 지포스 RTX 20 시리즈 이상 GPU와 RTX PRO 워크스테이션, DGX 스파크, 애플 M4 이후 칩을 탑재한 기기를 지원한다.
▲엔비디아가 IFA 2026을 계기로 공개한 로컬 AI 전략 이미지. 사진=엔비디아
로컬 에이전트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는 파트너 생태계에서도 이어진다. 누스 리서치의 범용 에이전트 '헤르메스'는 윈도우 RTX·DGX 환경에서 GPU를 자동 인식해 적합한 모델과 설정을 원클릭으로 마쳐주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38만 개 이상의 깃허브 스타를 받은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로젝트 '오픈클로'도 24GB 이상 메모리를 갖춘 RTX GPU 기반 윈도우 PC를 대상으로 설치 과정을 간소화했다. 퍼플렉시티가 지난달 선보인 '포터블 컴퓨터'는 모델·오케스트레이션·도구를 하나로 묶은 에이전트로, 코드 리뷰나 세무 자료 분석, 서비스 이탈 지점 파악 같은 작업을 클라우드 전송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여기에 오픈소스 추론 엔진 최적화도 병행돼, 지포스 RTX 5090에서 처리량이 최대 1.9배, DGX 스파크 2대 클러스터에서는 최대 1.4배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PC 하드웨어·콘텐츠 업계까지 '로컬 에이전트' 채비
소프트웨어 밖에서는 전용 하드웨어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0월 출시하는 RTX 스파크(공식 모델명 N1X)는 블랙웰 GPU와 그레이스 CPU를 결합해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 최대 1페타플롭 연산 성능을 낸다는 사양을 앞세운다. 이번 IFA에서는 레노버가 요가 프로 9n과 2-in-1 모델을, 에이서가 소형 데스크톱 콘셉트를 공개하며 관련 라인업을 넓혔다. 이미 발표된 6개 제조사 제품군에 추가되는 구성이다.
콘텐츠·게임 업계와의 접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게임스컴에서 일렉트로닉 아츠와 엠바크, 유비소프트가 RTX 스파크에 최신 게임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앞서 5월 컴퓨텍스에서 합류를 밝힌 크래프톤·넷이즈·라이엇게임즈·엑스박스와 함께 지원사 명단이 늘었다. 창작 도구 쪽에서는 사이버링크의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 '포토디렉터'가 RTX 스파크에 최적화된 AI PC 모드를 10월 함께 출시한다. 생성형 보정과 배경 교체 등 편집 기능을 텐서RT-RTX와 FP8 연산으로 기기 내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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