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관계자가 5만원권을 세고 있다.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로 최근 10년간 55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새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사고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들어 피해 규모가 다시 가파르게 불어나면서 은행권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281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는 5495억2800만원에 이른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들어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금융사고 금액은 2020년 55억800만원, 2021년 52억92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895억100만원까지 확대됐다. 2023년 46억6800만원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2024년 1211억6900만원, 지난해에는 2319억200만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사고 건수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0년 20건에서 2021년 17건, 2022년 22건, 2023년 15건으로 오르내리다가 2024년 34건, 지난해 8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30건이 확인됐으며 사고 금액은 236억8600만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누적 사고 규모가 가장 컸다. 10년간 70건의 사고가 발생해 피해액이 2843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 등의 영향으로 한 해 사고 금액만 1155억9400만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은 73건, 1422억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77건에 822억3700만원, 신한은행은 61건에 407억8100만원의 사고 금액을 기록했다.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기'였다. 전체 281건 중 149건이 사기로 분류됐으며 피해액은 3036억700만원에 달했다. 대출 과정에서 담보의 실질 가치나 관련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허위 거래 등에 속는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배임 피해액도 1554억150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횡령·유용은 90건, 900억76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도난·피탈 사고도 12건 발생해 4억3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은행 직원이 직접 연루된 사고뿐 아니라 외부인의 사기 행위에 은행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일제히 공시했다. 이들 은행에서 확인된 사고 규모를 합치면 약 490억원에 이른다. 여러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대출 과정에서 서류 등을 조작해 자금을 받아낸 사건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임직원 관리와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출 심사 단계의 검증 부실이나 직원의 권한 남용 등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통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시중은행에서 횡령과 배임, 사기가 반복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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