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영구채 상환 위해 400억원 신규 조달…전체 영구채 잔액 185억원 축소
조기상환·금리변경 주기, 2년으로 단축…실질적 단기 차입금 성격 짙어져
풀무원 “금리 조건 고려해 발행…설비투자 선별 집행으로 외부 차입 줄일 것"
▲풀무원 사옥 전경.
풀무원식품이 5년 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새 영구채로 차환한다. 올해 2월에 이어 넉 달 만의 추가 발행으로, 갚는 금액보다 적게 발행해 잔액은 줄지만 조기상환·금리변경 시점이 2년으로 짧아지면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의 성격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무원식품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제82회 무보증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400억원어치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표면이자율은 연 5.70%, 만기는 30년이며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 청약·납입일은 오는 7월3일, 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IMA)가 발행 물량 전액을 인수한다.
이번 발행은 신규 자금 조달이 아닌 차환이다. 풀무원식품은 조달 자금 전액을 지난 2021년 발행한 제69회 사모 신종자본증권 585억원 중도상환에 쓸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적어 영구채 잔액은 185억원 줄어든다. 풀무원식품은 공시에서 발행 목적을 '재무건전성 확보(자본확충)'라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함께 지닌 자본성증권이다. 만기 30년 이상에 조기상환 옵션이 붙은 자본·채권 혼합 증권으로, 통상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한 금융사가 주로 활용한다.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발행사가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어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실제로는 매년 이자를 내야 하는 빚에 가깝다. 갚을 의무가 약한 대신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아, 발행이 반복될수록 이자 부담이 불어난다.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 '회계 착시'라는 지적이 따라붙는 이유다.
주목되는 대목은 조기상환(콜옵션)·금리변경 시점이다. 제82회는 발행 2년 뒤인 2028년 7월3일부터 금리가 재산정되고, 같은 날 이후 발행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다. 2021년 발행한 69·71회의 콜·금리변경 시점이 5년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3년 짧아진 것이다.
콜·금리변경 시점이 짧아진다는 건 영구채의 '자본'으로서의 성격이 옅어진다는 뜻이다. 2년이 지나면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걸려 있어, 회사는 그 부담을 피하려 사실상 2년마다 상환하거나 새 영구채로 갈아끼워야 한다. 이름은 30년물이지만 실제로는 2년짜리 단기 자금에 가깝게 굴러가는 셈이다. 차환 주기가 짧아질수록 더 자주, 더 비싼 금리로 자금을 다시 조달해야 한다.
만기 단축은 점진적으로 진행돼 왔다. 풀무원식품이 발행한 영구채의 콜·금리변경 기일은 2021년 5년에서 2024년 제77회 공모물 3년, 2025년 제80회 2년으로 계단식으로 짧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2월 제81회 300억원에 이어 이번 제82회까지 영구채 발행이 이어졌다. 표면금리도 5.50%에서 6%대를 거쳐 5%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금리 조건을 고려해 2년 만기로 발행했다"며 “통상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회사채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만기를 짧게 잡아 당장의 발행 금리를 낮추고, 금리 여건이 개선되면 더 나은 조건으로 다시 조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발행은 차환으로, 갚는 금액보다 적게 발행해 영구채 잔액을 185억원 줄였다. 늘리기만 해온 영구채를 소폭이나마 축소했다는 점에서 부채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지주사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 내려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29일 풀무원식품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 풀무원이 발행한 제72회 무보증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해외사업과 건강케어 부문의 적자가 그룹 이익창출력을 끌어내린 점이 강등 배경으로 꼽혔다.
지주채의 등급이 강등됐지만, 한신평은 자회사로 번지는 부담도 짚었다. 한신평은 풀무원식품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변경(스텝업) 기일이 기존 5년(69·71회)에서 2년(78·80회)으로 단축되며 실질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신평은 채권적 특성이 내재된 영구채 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차입부담이 회계상 지표보다 더 크다고 평가했다.
영구채 의존이 커지면서 재무지표상 착시도 작지 않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풀무원식품의 연결 부채비율은 약 179%다. 그러나 자본으로 잡힌 영구채 잔액 약 2262억원을 부채로 환산하면 부채비율은 약 383%로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이는 회계기준상 수치가 아니라 자본성증권을 부채로 간주해 조정한 값이다.
부채비율 383%는 빚이 자기자본의 약 네 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장부상 179%만 보면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보이지만, 영구채를 실제 성격대로 빚으로 환산하면 재무 부담은 더 크다.
이자 부담도 장부에 일부만 드러난다. 영구채에 지급하는 수익분배금은 이자비용이 아닌 자본 분배로 처리돼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2025년 풀무원식품의 연결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약 646억원)을 이자비용(약 228억원)으로 나눈 약 2.8배다. 여기에 지난해 지급한 수익분배금 약 123억원을 실질 이자에 더하면 이자보상배율은 약 1.8배로 내려간다. 세후 기준 수익분배금 약 97억원은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약 346억원)의 약 28%에 해당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몇 배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1배에 못 미치면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풀무원식품의 실질 이자보상배율 1.8배는 이자를 내고 나면 여유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현금창출력은 둔화됐다. 풀무원식품의 지난해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1050억원으로 전년(약 975억원)보다 늘었다. 그러나 신선식품·가정간편식(HMR) 생산능력 확장에 따라 유·무형자산 취득이 약 615억원에서 약 1108억원으로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은 2024년 약 360억원에서 지난해 약 -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도 약 1326억원에서 약 921억원으로 30%가량 줄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으로 번 현금을 설비투자에 모두 쓰고도 모자랐다는 의미다. 빚을 갚거나 영구채를 차환하는 데 쓸 여윳돈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성장에 필요한 투자는 이어가되 현금흐름 관점에서 투자 우선순위를 더 엄격하게 보고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관리하고 있다"며 “투자 집행을 보다 선별적으로 운영하면서 CAPEX 효율화, 운전자본 관리,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잉여현금흐름이 빠른 시일 내 회복되도록 적극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환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풀무원식품은 올해 3월 제76회 영구채 500억원을 전액 상환했고, 2021년 발행한 제71회 100억원도 오는 10월 콜 시점이 도래한다. 2028년 7월 제82회 조기상환 여부에 대해 회사 측은 “2년 후 시점의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부담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이다. 만기가 짧아지면 그만큼 차환을 자주 해야 하고, 조달 여건이 나빠질 경우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이는 이자 부담을 키워 현금 여력을 다시 갉아먹는다.
풀무원식품은 영구채 의존도를 줄여가겠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말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지난해 말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며 “식품서비스유통사업의 외형·수익 성장을 이어가고 해외식품제조유통사업의 수익 개선을 통한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는 동시에, CAPEX를 집중 관리해 현금흐름을 창출함으로써 재무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사 수익 개선과 CAPEX 관리로 창출한 현금으로 외부 차입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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