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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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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름 막히니 녹조 창궐”… 낙동강, 세계 녹조 연구의 ‘거대 실험실’ 됐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24 10:28

美 연구진 50년 동안 나온 162편 논문 분석
한국 강 논문이 전체 26% 차지해 가장 많아
전체의 18%인 29편 낙동강 녹조 연구 논문
“체류시간 증가가 녹조의 핵심 변수” 결론

초록으로 물든 낙동강 하류

▲경남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 일대 낙동강 하류가 녹조로 물들었다. 지난 11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하류 구간인 삼락생태공원, 화명생태공원, 대동선착장, 매리취수장 일대에서 녹조 발생 실태를 확인하고 수질 시료를 채취했다. (사진=연합뉴스/부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7~18일 경남 창원에서는 칠서정수장이 수돗물을 공급하는 성산·의창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집중적으로 접수됐다.


이는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상수원을 취수하는 낙동강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창원시 수돗물에서도 남세균이 만든 냄새 유발 물질 '지오스민'이 검출된 탓이다. 지오스민은 인체에 독성은 없지만 흙·곰팡이 냄새 등 악취를 풍긴다.


이처럼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이 세계에서 녹조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가 아닌 강에서 발생하는 녹조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는 얘기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생태계나 우수한 수질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토목공사 이후 녹조가 어떻게 발생하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잘못된 개발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낙동강은 오늘날 세계 녹조 연구의 중심 무대가 됐고, 과학 연구 결과가 축적될수록 결론은 하나로 모이고 있다.


낙동강 녹조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보 건설로 인한 물 흐름의 정체라는 것이다.



◇하천 녹조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찾는 이유


최근 국제 학술지 '워터 리서치 (Water Research)'에는 독특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연구진은 1975년 이후 50년 동안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4000편 이상의 논문을 찾아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천 녹조 모델링 연구 162편을 선정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수리모형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하천 녹조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162편 가운데 한국 강과 관련된 내용이 26%(42편)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유럽이 25%, 미국이 21%, 중국이 12%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의 강을 다룬 논문의 상당수는 낙동강에 관한 논문(29편, 전체 162편의 18%)이었다. 사실상 낙동강이 녹조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강이 됐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형 보가 연속적으로 설치된 이후 강의 흐름과 녹조 발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장기간 관측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환경학자들에게 낙동강은 거대한 자연 실험실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장기간 모니터링 자료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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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 분석한 162편의 논문에서 연구한 하천의 위치. (A)세계 지도에 연구 모델 유형별로 색깔을 표시했다162편 중 151편). 아래 그림 (B)는 대한민국, (C)는 유럽, (D)는 북아메리카를 보여준다. (자료=Water Research, 2026)


◇미국 연구진이 꼽은 녹조 핵심 변수는 '체류시간'


USGS 연구진이 검토한 162편의 논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녹조 발생 요인은 영양염류와 수온, 유량, 유속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하천에서 물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를 뜻하는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변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USGS 연구진은 논문에서 “유속 감소와 체류시간 증가가 녹조 예측 모델의 핵심 변수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은 낙동강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체류시간이 크게 증가한 대표 사례로,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연구 현장이 됐다.


강물이 빠르게 흐르면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은 충분히 증식하기 전에 떠내려간다. 그러나 물이 정체되면 남세균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강이 강처럼 흐를 때보다 호수처럼 고여 있을 때 녹조가 훨씬 잘 발생한다는 의미다.


녹조로 초록빛 띤 창원 본포취수장

▲1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낙동강 본포취수장 일대가 녹조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이곳은 창원 지역에 공급되는 상수원을 취수하는 곳이다. (사진=연합뉴스/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제공)


◇낙동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09년부터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는 8개의 대형 보가 설치됐다. 그 결과 강의 흐름은 크게 느려졌다.


실제로 연세대 박준홍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 주요 구간의 유속은 보 건설 이후 과거보다 최대 8배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녹조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유속이 감소할수록 남세균이 증가하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이 논문은 보 건설로 인한 유속 감소가 녹조 증가에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할 경우 유속이 회복되면서 녹조 발생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에 발표된 서울시립대 연구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유량 조절하천을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수온이 남세균 발생의 핵심 변수이며, 특히 체류시간이 녹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는 낙동강 8개 보 구간에서 보 설치 이후 유해 남세균 녹조 발생 기간이 점차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강의 흐름을 바꾸는 수리학적 조건이 녹조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 결과도 같은 방향


최근의 인공지능 모델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사용한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결론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물이 느려질수록 녹조가 늘어난다. 물이 오래 머물수록 녹조가 심해진다. 보가 만들어낸 정체 수역은 남세균 번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의미 있는 점은 최근의 연구들이 한국 내부 논쟁이 아닌,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구진이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유속이 핵심 변수로 나타났고, 낙동강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실증 연구 역시 보 건설 이후 유속 감소와 녹조 증가의 관계를 확인했다.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환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강의 흐름을 늦추는 구조물이 녹조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점점 더 강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초록으로 물든 낙동강 하류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1일 낙동강 하류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부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세계가 낙동강을 연구하는 슬픈 이유


낙동강은 이제 세계 녹조 연구의 대표 사례가 됐다. 미국의 환경과학자들, 유럽의 수생태학자들, 중국과 호주의 모델링 전문가들이 모두 낙동강 연구를 인용한다.


낙동강이 가장 건강한 강이어서가 아니다. 대규모 하천을 인위적으로 느리게 만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동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아픈 강'인 셈이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축적된 국내외 연구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강이 흐르지 못하면 녹조는 늘어난다. 세계 연구자들이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오랜 시간 축적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얻어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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