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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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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못 줄이면 21세기 말 국토 대부분 아열대”…지리산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16 16:00

평균 10℃ 이상 8개월 지속하면 ‘아열대’
최근 10년 조건 충족 17곳으로 늘어나
남해안서 동해안·내륙으로 범위 확산
3월·11월 기온 상승이 아열대화 이끌어
SSP3-7.0 시나리오에선 지리산 벗어나

8월 폭염 속에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월 폭염 속에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강원 영서 지역과 지리산~덕유산 등 백두대간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기온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내륙과 동해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상청은 16일 전국 66개 지점의 기온·강수량 관측자료와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활용해 분석한 '우리나라 아열대 기후 특성의 현황과 전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53년(1973~2025년) 동안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0년당 0.3℃씩 상승했다. 특히 최근 기온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2023~2025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1~3위를 기록했다.




월별로는 3월과 11월의 기온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3월은 10년당 0.52℃, 11월은 0.34℃ 상승했다. 기상청은 이들 달의 평균기온이 10℃에 근접한 상태에서 상승하고 있어 아열대 기후 조건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트레와다(Trewartha)' 기후 구분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준은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 이하이면서 월평균기온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일 경우 아열대 기후로 분류한다.


평년(1991~2020년) 기준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은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에 머물러 온대 기후에 해당했다. 다만 제주·부산·여수·목포 등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나타났다.


30년 평균 분석 결과 1981~2010년에는 제주 4개 지점을 포함해 목포·여수·부산 등 13개 지점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충족했다. 이후 울산이 추가되면서 1991~2020년과 2001~2025년에는 14개 지점으로 늘어났다.


최근 기후변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실시한 10년 단위 분석에서는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대에는 광주가 새롭게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했고, 최근 10년(2016~2025년)에는 울진과 강릉까지 포함되면서 총 17개 지점으로 증가했다.


특히 남해안에 집중됐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전남 내륙과 동해안으로 북상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전주·대구·영덕·속초 등도 아열대 기후 조건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동해안 지역의 경우 동해 해수면 온도 상승이 최근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지방은 아직 온대 기후가 우세하지만 보령·청주·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도 아열대 기후 조건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내륙 지역에서는 과거보다 3월 평균기온 상승폭이 커지면서 향후 3~10월이 모두 평균기온 10도 이상인 형태의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래 전망은 더욱 뚜렷하다. 기상청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AR6) 기반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2021~2040년에는 전남·경남 해안과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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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에 따른 21세기 전반기, 중반기, 후반기 기후 구분 전망 결과. 노랑색은 온대내륙성(Dcb, Dca), 주황색은 온대해양성(Doa), 빨강색은 아열대습윤(Cfa) 기후지역을 표시함. (자료=기상청)

반면 2081~2100년에는 시나리오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는 아열대 기후 지역이 내륙으로 다소 확대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강원 영서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학계에서는 SSP5-8.5 시나리오를 분석에서 제외하자는 움직임 있다.


실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3-7.0)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에도 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리산과 덕유산 등 남부지방에서도 백두대간 일부는 아열대화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작물 재배지, 동식물 서식지, 어류 분포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우리나라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기후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기후변화 현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해 기후위기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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