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적립금 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가입자 간 수익률 격차도 뚜렷하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상품 선택과 운용 방식에 따라 성과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연금 투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6.1% 늘어난 규모다. 연간 수익률은 6.47%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상승세를 바탕으로 19.9% 수익률을 낸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컸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도 성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가입자별 수익률 편차는 운용 자산 구성에서 갈렸다.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전체 적립금의 84%에 달했다. 반면 하위 10%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74%로 높았다. 실제 상위 그룹의 평균 수익률은 19.5%였지만, 하위 그룹은 0.5%에 그쳤다.
상품 유형별 성과 차이도 컸다.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연간 수익률은 13.7%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디폴트옵션은 3.7% 수준에 머물렀다. 디폴트옵션 자산의 85.4%가 예금 중심 안정형 상품에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도별로는 확정급여형(DB)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해 DB형 적립금은 22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다. 반면 확정기여형(DC)은 141조6000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30조9000억원으로 각각 비중이 확대됐다. 두 제도를 합치면 전체 적립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익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큰 DB형의 수익률은 3.53%에 머문 반면, DC형은 8.47%, IRP는 9.44%를 기록했다. 실적배당형 상품 전체 수익률은 16.8%로 원리금보장형(3.09%)의 5배를 웃돌았다.
퇴직연금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지난해 ETF 투자 규모는 48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실적배당형 자산 가운데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권역별 성과에서는 증권사가 두드러졌다.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9.79%로 은행(5.70%), 생명보험사(4.53%), 손해보험사(3.81%)를 크게 앞섰다. 특히 DC/IRP 가입자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권은 가입자 10명 중 8명이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지만, 증권업권에서는 42.5%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체 적립금의 75.4%인 378조1000억원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었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24.6%(123조3000억원)에 그쳤다. 가입자 절반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 수준인 2%대에 머문 점도 과제로 꼽힌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통합연금포털에서는 가입자의 연금 운용 현황 점검과 상품 및 수수료 비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투자 사례와 운용 전략 등을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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