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7동 일대. 사진=장헤원 기자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구축한 통합관리시스템 '정보몽땅'에서 법이 의무화한 자금 입출금 내역 등이 수개월간 등록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감사결과보고서 등 일부 자료만 뒤늦게 업로드됐을 뿐 미등록 항목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뒤늦게 올라온 자료 중 일부 문서의 연도가 잘못 기재된 채 게시되는 등 부실한 운영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정보몽땅의 법적 취지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게'…정보몽땅 취지 현장에서 무색
1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양천구 신월7동 1구역 일부 토지등소유자와 주민들은 최근 관할구청 도시계획과를 방문해 정보공개 문제와 설문조사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행정 점검을 요청했다.신월7동1구역은 지난해 6월 코리아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되면서 본격적인 신탁방식 재개발 절차에 돌입한 사업장이다. 사업 대상지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 913번지 일대 약 13만483.7㎡ 규모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이 적용돼 향후 최고 15층 규모 아파트 약 2890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관리시스템 '정보몽땅' 공개 내용이다. 도정법 제124조는 사업시행자가 회계자료와 계약서,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 내역 등 주요 사업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실제 공개 자료가 세부 집행 내역보다는 예산 항목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정보몽땅 공식 홈페이지. 정보몽땅은 서울시가 “정비사업 추진과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로 운영하는 서울시 대표 정비사업 포털이다. 2010년 1월 '클린업시스템'으로 출범한 뒤 2021년 9월 현재의 명칭으로 개편됐으며 도정법 제119조·제124조 및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69조를 법적 근거로 구축·운영되고 있다.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11월 총회 이후 수개월 미등록…일부만 뒤늦게 연도 오기재까지
민원이 제기된 신월7동 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 같은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재개발의 사업시행자인 코리아신탁과 정비사업위원회(이하 정사위) 경우 지난해 11월 6일 전체회의 총회 이후 수개월간 도정법 제124조에 따라 정보몽땅에 등록해야 할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 내역 및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확보한 정보몽땅 공개 문건에서도 2025년 11월 6일 총회 이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해당 기간에 올린 업로드 내역을 보면 업무추진비 내역은 아예 등록되지 않았으며 예산과 실제 지출이 구분되지 않게 표기된 정황도 발견됐다. 첨부된 계좌이체 내역 역시 거래 상대방 대신 '신월7동1구역 재개발' 등의 문구가 반복 기재된 부분도 있었다.
▲12일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내 신월7동1구역 재개발 회계 공개 화면. 잔액(차액이월액) 항목과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첨부파일란이 비어 있다. 사진=독자 제공
▲12일 기준 서울 양천구 신월7동1구역 재개발 정보몽땅 화면. 수개월째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항목에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라고 표시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12일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게시된 신월7동1구역 재개발 관련 자료 화면. 주민 일부 구청 민원 전달 후 지난달 말쯤 일괄적으로 올라온 자료들로서, 카드사용점검결과서 항목 중 일부 게시물에 '2026.11~2026.12' (연도 오기)등 실제 등록 시점과 맞지 않는 기간 표기가 포함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구청에서 뒤늦게 자료를 요구하자 지난 27일 감사결과보고서 등 일부 목록만 뒤늦게 업로드됐을 뿐 미등록 항목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뒤늦게 올라온 자료 중 급하게 올렸는지 게시 글에 표기된 연도가 2025년 자료를 2026년으로 표기하는 등 잘못 기재된 사실까지 확인됐다. 그간 정보공개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정법 제124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공개해야 할 자료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총회 및 이사회·대의원회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공문서 회계감사보고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 결산보고서 청산인의 업무 처리 현황 등이 그 대상이다. 또 만약 이를 어길시 도정법 138조 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다.
“신월7동만의 문제 아니다"…전수조사·제도 보완 촉구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신월7동1구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서울 재개발 시장 전반으로 확산 중인 신탁방식 재개발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탁사와 정사위 간 권한이 분산된 구조인 만큼 정보 공개 범위와 주민 의사결정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도시정비사업은 수천억원 규모 사업비와 주민 재산권이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정보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이 핵심"이라며 “조합이나 정비사업위원회 신탁사 등이 주민 정보 접근을 제한하거나 의사결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경우 향후 총회 효력 관리처분계획 시공사 선정 등을 둘러싼 행정·민사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보몽땅의 관리·감독 체계와 관련해 서울시는 시스템의 전산·운영 관리를 맡고 개별 사업장의 정보공개 관리·감독 권한은 자치구청장에게 있다. 그러나 감독 의무의 명문 규정이 없어 주민 신고 없이는 공개 이행 여부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복수의 제보자들은 서울시가 신탁방식 재개발 사업장 전반에 대한 정보몽땅 공개 이행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가입 승인 지연 문제를 포함한 시스템 접근성 개선과 함께 자치구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양천구청 전경. 사진=장혜원 기자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는 “정보몽땅 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관리·감독 권한은 기본적으로 각 자치구청장에게 있다"며 “토지등소유자 가입 승인 역시 조합장이나 사업시행자 측 권한 사항으로 가입 지연이나 정보공개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관할 자치구가 관리·감독과 행정조치를 담당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수치가 거짓됐거나 등록을 안 했을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담당과 측은 “신월7동1구역 재개발 사업은 현행 도정법 제124조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정보몽땅 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주민들이 제기한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 내역 등 상세 공개 사항의 적정성과 의무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인 결과 도정법 위반 사항에 해당할 경우 관련 행정조치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코리아신탁 측은 “사업시행자인 코리아신탁 입장에서 집행되는 사업비 내역은 정보몽땅에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현재 공개 방식은 도정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구청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비사업위원회 운영비와 관련해서는 “조합 방식 재개발과 달리 신탁방식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코리아신탁인 만큼 정보몽땅에는 사업시행자가 실제 집행한 금액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실제 세부 사용 내역은 정비사업위원회 측에서 별도로 관리·정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사위 측은 코리아신탁의 설명에 대해 “정보몽땅 관리 책임은 사업시행자인 코리아신탁에 있다"며 관련 세부 사항은 코리아신탁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운영비 세부 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여러 목적이나 이유가 있을 수 있어 해당 사안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사위 측은 향후 회계자료 공개 여부와 관련해서 “카페에도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며 “확인하면 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도정법 제124조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며 “문제 제기가 무리한 측면도 형평성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소유자의 3%도 못 미쳐…가입 승인 지연에 접근성도 막혀
한편 정보공개 내용뿐 아니라 정보몽땅 접근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신월7동1구역 전체 토지등소유자 약 2100명 가운데 정보몽땅 열람 인증 인원은 지난달 기준 수십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소유자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회원 가입 후에도 수개월 지난 뒤에도 자료를 보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다 서울시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뒤에야 열람이 가능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정보몽땅은 조합원·토지등소유자가 사업장 홈페이지에서 가입신청을 한 뒤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의 인증을 받아야만 공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도정법 제124조는 공개 대상 자료가 작성·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토지등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전체 소유자의 극히 일부만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보몽땅 게시만으로 공개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리아신탁 측은 “가입 승인은 최근에는 가능하면 매일 시스템에 접속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사위 측은 승인 지연 논란에 대해서는 “가입 승인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신청한 토지등소유자가 60여 명가량이었고, 신청자에 대해 승인한 것"이라며 “승인된 인원이 적다는 것은 신청자 자체가 적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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