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찬수

kcs25@ekn.kr

강찬수기자 기사모음




맑으면 햇빛으로, 비 오면 빗방울로…‘전천후 발전’ 태양광 패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01 06:30

흐린 날에도 멈추지 않는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보호막이자 발전장치인 CFx 박막이 핵심 기술
전기 ‘쓸 수 있게’ 만드는 부스트 컨버터 결합
전력 생산 시간 늘어나서 경제성도 충분 판단

Perovskite Cell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PSC). (사진=위키피디아)

맑은 날에는 태양빛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빗방울의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여기에다 흐린 날에도 발전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말 그대로 전천후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이 되는 셈이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크게 흔들렸던 기존 태양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산하 세비야 재료과학연구소와 세비야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태양광과 빗물을 동시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저널에 게재됐다.





◇태양전지 위에 '빗방울 발전기'를 얹은 구조


이 발전 설비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 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마찰과 정전기 현상으로 전기를 만드는 액적 기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D-TENG)를 결합한 구조다. 하나의 '패널'이 두 가지 발전 방식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지 내부의 흡수층이 빛을 받아 전자를 이동시키는 광전 효과를 이용한다. 반면 빗방울 발전은 빗방울이 표면에 닿고 퍼졌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하가 분리되고, 이때 생기는 전위차를 전기로 끌어낸다.


연구팀은 두 장치가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투명 전극(FTO)을 태양전지의 전극이자 빗방울 발전기의 하부 전극으로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CFx 박막이다. CFx 박막은 불소(F)가 풍부한 고분자 물질로, 테플론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물을 거의 튕겨내다시피 하는 강한 소수성(hydrophobic)을 띠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박막은 플라즈마 화학 기상 증착법(PECVD)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기체 상태의 재료를 플라즈마로 활성화해 아주 얇고 균일한 막으로 표면에 입히는 기술이다. 상온에서, 액체 용매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열과 화학물질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CFx 박막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첫째, 태양전지를 수분과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봉지재(encapsulation) 역할이다. 봉지재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감싸 보호하는 일종의 방수·방습 보호막을 뜻한다.


둘째, 이 박막은 빗방울이 닿을 때 마찰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층으로도 작동한다. 보호막이 곧 발전 장치가 되는 셈이다.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단면 구조. (자료=미국 에너지부)


.

▲기본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 왼쪽)와 CFx로 캡슐화된 PSC(오른쪽)의 단면을 나타내는 전자현미경 이미지. (사진=Nano Energy, 2026)


◇비 오는 날뿐 아니라, 흐린 날에도 발전은 계속된다


이 하이브리드 설비의 강점은 비 오는 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흐린 날에도 발전은 이어진다.


그 이유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perovskite solar cell)가 약한 빛과 확산광에 특히 강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흐린 날에는 직사광선은 줄어들지만, 구름에 의해 산란된 빛이 사방에서 들어온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런 조건에서 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대적으로 효율 저하가 적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후계자'로 자주 언급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군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빛을 매우 잘 흡수하고 전하 이동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얇은 두께로도 높은 발전 효율을 낼 수 있고,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발전 과정. (자료=미국 에너지부)

또한 유연한 기판에도 만들 수 있어, 창문이나 건물 외벽, 이동형 전자기기 등에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물과 습기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분이 스며들면 결정 구조가 빠르게 무너져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내구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태양전지는 낮은 조도에서도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흐린 날이나 비가 오기 직전처럼 빛이 약한 조건에서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즉, 맑은 날에는 태양광, 비 오는 날에는 태양광과 빗방울, 흐린 날에는 확산광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 공백 구간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빗방울 발전은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만들어내지만 전류가 작고 신호가 불규칙하다. 이를 그대로는 전자기기에 쓰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스트 컨버터를 결합했다.


부스트 컨버터는 낮고 들쭉날쭉한 전압을 끌어올려, LED(발광다이오드)나 센서 같은 전자기기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이 회로를 통해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소자로 LED 어레이를 성공적으로 점등시켰다. 이는 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저전력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중국에 설치된 패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패널. (사진=페로브스카이트인포)

◇맑은 날에도 발전 효율 저하 없어


이 같은 하이브리드 구조에 대해 중요한 질문은 “이중 구조 때문에 맑은 날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우려와 달리 실험 결과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CFx 박막을 적용한 뒤에도 태양전지 효율은 약 16.4~17.9%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보호막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약 16.9~17.1%)과 거의 차이가 없다. 조건에 따라서는 미세한 효율 향상도 관측됐다. 즉, 맑은 날 발전 성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비와 흐린 날까지 발전 시간을 확장한 셈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연구진은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미 낮은 제조 비용과 대(大)면적 발전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가되는 CFx 박막은 매우 얇고 공정이 단순해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장점은 발전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맑은 날에만 의존하던 태양광과 달리,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에도 일정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단위 면적당 연간 발전량은 분명히 증가한다. 이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스마트 인프라처럼 항상 소량의 전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태양광의 약점이었던 '날씨 의존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태양전지의 최대 적이었던 물과 습기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차세대 분산형·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