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우리'보다는 '나'를 우선시하면서도,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유연한 연결감'을 추구한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올해 소비 트렌드를 짚은 책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이를 “초솔로사회의 실용적 결과물"이라며 '1.5가구'라 소개했다. 본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 '1.5가구'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취재했다.
▲하나투어의 밍글링 투어.사진=하나투어
◇ 따로, 또 같이…자율성에 유연한 연결 더한다
지역 기반 플랫폼 '당근'에서는 '코코 소분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모임은 이웃과 함께 대용량 제품들을 판매하는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를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이를 각자의 몫만큼 나눠가지는 모임이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새로 생긴 소분 모임 수는 전년대비 약 12배 증가했다.
당근에서 '코코 같이사요' 모임을 운영하는 박진영 씨는 “1인 가구인데 혼자 많은 양을 사면 버리거나 지인에게 나눠주고,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자 모임을 만들었다"며 “고기·연어·과자·계란 등 식품류나 휴지·로션 등 생필품처럼 나눌 수 있는 품목은 전부 소분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패키지여행을 넘어선 '취미 여행'이 뜨고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모르는 이들이 모여 여행사에서 짜놓은 일정에 맞춰 함께 여행하는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문득 외로움을 느끼거나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하는 일정을 맞닥뜨리기 마련이지만, 취미 여행에서는 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패키지 상품에 대한 부담도 적다.
식품업계에서는 다인가구지만 각자의 자율을 존중하는 식문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체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가 내놓은 케어푸드서비스 그리팅은 한 지붕에 사는 식구라 하더라도 각자의 건강 상태나 입맛에 따라 식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그리팅은 전문 영양 상담을 토대로 내게 맞는 식단을 골라 정하면, 개인이 정한 요일마다 알아서 맞춤형 식단을 배송해주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가족 구성원의 입맛이나 필요한 식사가 제각각인 가정에서 그리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아이들을 위한 단백질 식단, 혈당 조절이 필요한 남편을 위한 저당 식단, 다이어트를 위한 칼로리 식단을 고루 조합해 주문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1.5가구 트렌드 사례
◇ 왜 떴나 보니…고립과 경제적 필요 때문
트렌드코리아 2026에 등장하는 '1.5가구'라는 키워드는 절대 침해받을 수 없는 1의 자율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0.5의 연결감을 추구하는 이들을 칭한다. 단순한 1인가구를 넘어서면서도, 그렇다고 다인가구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새로운 가구의 모습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1.5가구가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솔로사회'의 도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0%를 훌쩍 넘어섰다. 완전한 자유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립의 심화가 자리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 필요'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게 편할 수 있지만, 함께 할 때 얻을 수 있는 '규모의 경제'는 누리기 어렵다. 1.5가구는 고립과 부담의 시대에, 우리 개개인이 고안해낸 가장 실용적인 '전략적 연합'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1.5가구가 반드시 1인 가구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인가구라 할지라도 각 구성원은 서로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한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스마트폰 등 기기를 활용해 취향대로 넷플릭스를 보거나, 냉장고 칸을 분리해 각자 자기 음식을 보관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김 교수는 “1.5가구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자 딜레마는 '연결되고 싶지만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는 이중적인 욕구"라며 “서로의 독립성은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만큼만 깔끔하게 연대하는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바로 이 '적정 거리'를 조율하고 유지해주는 솔루션이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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