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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성범죄 수사, 경찰 1차 조사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지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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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형사사건 중에서도 성범죄 관련 수사가 증가하면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법조계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 성범죄 사건에 대해 전문변호사들은 경찰 1차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사건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짓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닌 형사절차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과 달리 성범죄는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CCTV나 목격자 등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로 작용하게 되는데, 수사기관은 1차 진술을 수사의 기준점으로 설정한다. 피해자의 최초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면 경찰과 검찰은 이를 토대로 CCTV, 통화·메신저 기록, 위치정보 등을 확보해 혐의를 보강해 나간다.


법원 역시 최초 진술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최초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동기가 없다면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사건 직후 기억이 선명한 상태에서 나온 진술이 경험칙상 진실에 가깝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피의자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어, 전문적인 법률 지식 없이 조사에 임했다가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왜 말을 바꿨는가"에 수사기관이 주목하게 된다.




문제는 진술 번복 시 발생하는 법적 위험성이다. 1차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가 증거가 나오자 일부 인정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사실상 자백의 취지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솔직하면 괜찮다"는 인식이나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식의 감정적 호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고의 부정이 아니라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1차 조사에서 법률 전문가와 상담 후 진술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준비 없이 조사에 임했다가 불리한 진술을 남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범죄 사건은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장기적 영향이 큰 부수처분이 병과될 수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성범죄 수사는 감정이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과 법리를 정리하는 절차인만큼 1차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구조가 이후 수사와 재판의 흐름을 형성한다. 혐의 제기 순간부터 이러한 사건을 전담해 본 경험이 있는 법률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경찰 1차 조사는 단순한 시작 단계가 아니라 이후 수사와 재판의 틀을 정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준비되지 않은 한마디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정한 법률적 판단을 우선해야 한다.





유수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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