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시행 5년 차를 맞았음에도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어 '솜방망이 판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구체적인 양형 기준 마련을 위한 재논의에 착수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독립 기구인 제10기 양형위원회는 오는 12일 열리는 제143차 전체회의에서 '양형 기준 설정·수정 대상 범죄 추가 선정 심의(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 관련)'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는 양형위가 지난해 6월 해당 안건을 심의했으나 시기상조라며 보류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양형위는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과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이 진행 중이고, 축적된 판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형 기준 설정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법조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가 줄지 않는 가운데 법원의 선고 형량이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등 정부 부처 역시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형 기준 신설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왔다.
이에 양형위는 지난달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여론 수렴에 나섰다.
당시 심포지엄에 참석한 현직 부장판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한 처벌을 위해 양형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역시 축사를 통해 “중대재해법이 낮은 형량으로 인해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양형 기준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형 기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일선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내릴 경우 판결문에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사실상 판결의 편차를 줄이고 처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도 양형위가 당초 대상 범죄에서 제외했던 안건을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추가 선정한 전례가 있어 이번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제7기 양형위는 2019년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를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노동부의 요청 등을 수용해 2020년 7월 대상 범죄로 추가 의결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양형 기준 설정 대상 범죄로 최종 의결될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권고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요소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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