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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의 메디피셜] 다기능 자전거 기술 탈취 사건, ‘구멍 뚫린’ 경찰 수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1 16:50

업무상 배임 피의자 '거짓 주장'에 경찰 '부실 조사' 정황까지

李 대통령 “기술탈취 엄벌" 천명…'中企 기술보호' 공백 없어야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기술을 훔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술 탈취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침해 등 기술탈취 행위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산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전거 특허와 관련된 J사의 '업무상 배임' 고소 사건을 보면, 대통령의 이러한 뜻과는 엇박자, 아니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시한 증거들에 반하는 피고소인들의 주장을 상당수 신뢰하며 불송치 결정을 내린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 또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피해자의 항고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원용한 '항고기각' 처분을 내림으로써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의 개요를 보면, 국내 기업인 J사가 10년 연구 끝에 개발, 20년간 6회나 업그레이드(추가 특허)를 이룬 다기능 특허 크랭크(유니세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다. 기존 실내·외 자전거에 장착할 경우 자전거 페달의 360도 회전뿐 아니라 양발 동시 360도 페달링, 양발 동시 170도 상하 페달링, 한발 360도 페달링, 한발 170도 상하 페달링, 양발 상하 교차 170도 페달링 등 6가지 방법으로 전신의 근육 발달은 물론 재활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기술은 팔을 사용하여 운동하는 12가지 페달링 기술이다. 위 6가지 기능의 반대 방향으로도 페달링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J사는 2023년 10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인 'V스포츠'의 대표 K회장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로 이관됐고 다시 양천경찰서로 넘어갔다. V스포츠는 과거 세계 최대의 축구공을 만들어 화제에 오르며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지명도가 있는 기업이다. 이와 함께 J사에서 특허기술 개발 업무를 맡아 왔으며, 'J사 재직 중에 V스포츠에 자신이 발명한 12가지 페달링 기술을 2016년 4월에 먼저 유출한 후 퇴직처리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던 발명자 S씨도 피소됐다. 고소인 측은 300억원 대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J사는 12기능·6기능 크랭크세트(유니세트)를 함께 장착한 다목적 자전거 운동기구를 2014년 특허 출원하여 국내에 등록을 마쳤다. 2013년 12월 V스포츠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사의 특허기술에 대한 교육을 시행했던 J사는 V스포츠와 2014년 4월 국내 실내용 자전거 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5년 12월부터 V스포츠와 헬스 바이크 합자사업을 추진했으나 2016년 3월 최종 무산됐다.




J사 측은 “합자사업이 결렬되자 V스포츠는 2016년 4월 12일과 8월 9일, 우리의 2가지 핵심 특허기술과 같은 실용신안의 대만 출원과 2016년 12월 국내 출원에 이어 2017년 3월부터 일본, 중국, 유럽을 비롯한 16개국에 출원하고 등록했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심지어 V스포츠는 대만에 보관하고 있던 우리 제품에 V스포츠의 상표를 부착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국제스포츠산업 레저전과 대만, 독일, 일본 등의 해외 자전거 전시회에 참가해 자사의 제품인 것처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J사의 고소장과 혐의 입증 서류들, 불송치 결정서,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에 제출된 재정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양천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의 근거가 된 피고소인들(피의자)의 주요 주장은 상당 부분 허위로 나타났음에도 경찰은 피의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요구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고소인과 피의자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대질신문을 하는 것이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도 없이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고소인은 '절망'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양천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서를 보면, 피의자들은 “V스포츠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전거 기술은 고소인 회사(J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V스포츠와 S씨가 기술 탈취를 공모한 사실도 없으며, V스포츠 상표를 부착하고 전시회에 참가한 것도 해당 제품이 대만의 '오픈 몰드' 제품으로 어느 기업이든 상표를 부착해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수사관 역시 “고소인 및 피의자들의 특허는 이 사건 외 다른 법인 특허들도 유사하다고 검색되는 만큼 (기술 탈취)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들어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J사는 “S씨가 J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 V스포츠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J사의 기술적 자료를 근거로 V스포츠의 실용신안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J사의 영업용 주요 자산을 유출한 것"이라며 “(피의자들이 오픈 몰드 제품이라 주장하는) 대만 제품도 모두 J사의 고유 모델"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수사관 역시 S씨의 (J사 및 V스포츠) 재직기간 등에 관해 법리 위반을 범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번 고소 건은 내용이 매우 복잡해 산업기술에 특화된 수사관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사건은 단순 경찰 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안일 수 있다. 그래서 고소인 스스로 천신만고 끝에 여러 증거들을 재입증하는 자료들을 찾아서 제출했는데, 그 내용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의문이다. '구멍 뚫린' 수사는 경찰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두 회사의 자전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문가들의 입회 아래 뜯어보면 된다. 이런 일은 공권력이 하는 게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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