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전면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다.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는 등 수요 억제 중심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매수세 진정이 예상되지만 실수요 위축과 거래 절벽 우려도 뒤따른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과천·성남·광명·안양 등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모든 매매 거래에는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며, 투기 목적의 단기 매매는 사실상 차단된다. 정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불안 심리가 외곽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규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억 원,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줄였다. 스트레스 DSR 금리도 기존 1.5%에서 3%로 상향했으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원리금까지 DSR 산정에 포함시켰다. 전세자금이 다시 매매시장으로 흘러드는 '갭투자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총리실 산하 '부동산 감독기구'도 신설해 국세청·경찰청·금융위원회가 합동 단속을 수행하고, 시세조작·탈세·허위거래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9·7 대책에서 예고된 135만 호 공급 이행 TF를 가동해 12월 중 구체적 입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열된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고 단기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 규제 지정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나 갈아타기 거래를 억제해 단기 과열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전세대출 DSR 반영으로 전세가에서 매매가로 이어지는 전이 구조를 끊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다시 움직이던 투자수요에 경고를 주는 '심리적 제동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지정은 실거주 외 거래를 차단해 투기자본이 부동산에 유입되는 걸 막는 직접적 조치"라며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는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집값 방어보다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전환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단기 투자수요에 제동이 걸리며 단기적으로는 거래 심리가 위축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실수요층의 자금 조달 부담과 거래 절벽 우려도 적지 않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로 중산층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나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좁아질 수 있다"며 “결국 거래량 급감과 가격 경직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면 규제는 긴급 처방에 가깝다. 거래 동결·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움직이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은 6·27의 강화판이지만,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의문"이라며 “'언제까지 누를 것이냐'가 향후 정책 신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 안정에는 기여하더라도 정비사업 지연과 실수요 위축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생애최초·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관리가 필수"라며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등 정상 사업 추진이 막히지 않도록 유연한 금융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공급 등 건설사 자금 경색을 방지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규제 효과가 왜곡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