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세종청사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정부부처 조직개편이 '조직 재배치' 대책 없이 속도만 앞세운 졸속 작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세부적인 인력·청사 배치 계획이 빠진 채 추진되면서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청사는 포화 상태, 해수부 이전해야 다른 부처 재배치 가능
24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각 부처를 취재한 결과 법 개정안에 따른 구체적인 인원 조차 확정되지 않았고 청사 배치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정부세종청사는 이미 포화 상태여서 해양수산부가 먼저 이전해야만 다른 부처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게 청사관리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능 통합과 조정을 명분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간 재배치가 불가능해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산으로 연내 이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전을 완료하기 전까지 이전 대상 부처 공무원들은 물리적으로 흩어져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즉시 시행되더라도 당장은 청사 내 공실이 없어 공간 재배치는 어렵다"며 “해수부가 이전하면 그 공실을 활용해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10월 출범에도 사무실 통합 안 돼…부서간 협의 난망
개정안이 통과되면 10월에 곧바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주요 부서가 당분간 다른 건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무실 이전이 단순히 공간만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통신망 설치, 인테리어 등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에너지실이 산업부 건물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편 이후에도 부처별 건물이 흩어져 있으면 정책 효율성은커녕 혼선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환경과 에너지의 정책은 충돌 사례가 잦았던 만큼 물리적 통합을 통해 상호 조율과 절충이 가능한 중간 지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사무실이 분산되면 협의가 원활하지 않고 현장 대응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 조직은 합쳤지만 공간은 나뉜 반쪽짜리 개편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도 청사도 다른 건물 배치 가능성
기획재정부에서 재정경제부로 개편되는 과정에서도 정책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능 조정 과정에서는 인력 이동과 제재권 배분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불거졌고 금융권에서는 업무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경부 2차관 라인 역시 인력·청사 배치가 지연되면서 출범 초기부터 '반쪽 운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실을 분리해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신설하는 방안도 논란이다. 형식상 총리실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건물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총리실 소속 기관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실이나 인력 규모 등을 고려해 인근 건물의 제한된 공실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가 세종청사를 떠나면 생기는 청사 공간을 둘러싸고 이전 대상 부처들의 관심이 뜨겁다. 세종청사 중심부에 자리한 해수부 청사는 접근성과 상징성이 뛰어나 '알짜 입지'로 꼽힌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이전하거나 기획예산처를 배치하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청사 배분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